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05 조회수445 추천수19 반대(0) 신고

어디를 가도 자기 물건은 절대 잊지 않고 챙겨오는 사무엘 덕분에,
저는 웃을일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사소한것 하나도 자기 소지품은 반드시 챙기는 모습을 볼때면,
세살난 아이가 어쩜 저렇게 알뜰할수가 있을까...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무엘이 마시는 물이 있습니다.
400ml 짜리 보틀에든 생수를 한박스씩 사다 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꺼내 마시는데요,
찬장속에 넣어 두기 때문에,
저희집에서 사무엘말고는 그곳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제는 갑자기 달려와, 자기 물이 떨어졌으니 사러가자는 소리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제야 게으른 엄마가 찬장을 열어보고, 물이 떨어진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사러가자 이야기를 전해놓고는,
밤에 잠들때까지 물사달라 백번도 더 확인하는 사무엘때문에,
진땀을 뽑고야 말았습니다.

"엄마, 내일은 물사러 가자아~ 가자아~ 가자아~"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엄마, 그럼 좀 있다가 물마시고 싶으면 나 어떻게 해야돼? 그냥 참을까?"
물이 없으니, 목이마르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 대안방법까지 모색을 하느라 아이는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끊여놓은 물이 있으니,
물마시고 싶으면 엄마가 끓인물을 물통에 담아 주면 된다고,
참지 않아도 되니 그만 걱정하고 자라고 달래놓고는,
웃음이 나와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참 희안했습니다.
사무엘과 저의 대화내용이 매우 익숙하다 할까요...

어쩐지,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보여드리는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삶을 이끌고 가실 확고한 '계획과 뜻' 이 있으신데,
우리는 그런 그분앞에서 미리 안절부절 못하고,
믿지 못해 답답해하고, 불안해 하며,
결국은 나름의 짧은 생각으로 미리 엉뚱한 대안방법까지,
모색하며 살아가는구나...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엄마인 제가 사무엘이 목말라 답답한 지경까지 상황을 끌고 갈리가 없습니다.
물이 떨어졌다기에, 얼른 물도 끓여 식혀 놓았고,
만일 그럴 상황이 안되었더라도,
급한대로 나가 물을 사왔거나, 그것도 안되었다면 수돗물이라도 마시게 했을것 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의 고민과 대처방법까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엄마인 저도 이렇게 아이의 비상사태에 맞춰,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위해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세워놓고 있는데,
하느님은 우리에게 오죽하시겠나요.
그분께는 저보다 훨신더 많고 다양한 해결비책이 있으실테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시어,
우리들의 앞길을 열어주실것 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께 대한 '믿음' 입니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결코 나를 먼저 버리지 않으실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
언제나 가장 좋은 길로 나를 인도하실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가,
우리 삶속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우리가 굳건할수 있는 힘이될 것입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박해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사셨던 순교의 시대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시대가 분명한 '숨은 박해의 시대' 라고 생각합니다.

순교의 시대는 아닌데 박해의 시대는 맞다함은,
다시말해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 해서,
나를 쫒아와 잡아가거나 죽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 수군대는 숨은 소리에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라는것 입니다.
그것은 분명 드러나지 않는 숨은 박해를 받는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을 대충, 적당히, 나에게 맞는 만큼만 믿고 따라서는,
이런 박해조차 받을일이 없습니다.
그런이들 에게는 아주 좋은 시대가 맞습니다.
크리스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과 맞물려,
양쪽에서 원하는것을 적당히 소유할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하느님의 깊은 심연에 빠져든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박해입니다.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때 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력과 싸워야 하며,
또한 세상과 더욱 치열하게 싸워 이겨내야만 합니다.
주위의 시선들은 또 어떤가요.
따갑고 차가운 시선과 수근거림속에,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며 나아가야만 하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는 숨은 박해의 시대가 맞습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마태오 10,17-22)

순교자들은 주님의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아 목숨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앞서 주님께서 그렇게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목숨을 내어 놓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박해의 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목숨을 내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 우리가 일할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많이 받은것 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숨을 하느님께서 거두어 가시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원없이 하느님의 일을 하며,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더 오래 함께 해드릴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순교자들이 하느님을 위한 죽음 앞에서 담대할수 있었던 이유는,
단단한 '성령의 반석' 위에 세워진 그들의 굳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들이 걸으셨던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그분들 보다 훨신 더 좋은 환경과, 많은 시간을 허락받았습니다.
성령의 반석위에 우리들의 굳은 믿음을 세우고,
하느님을 위해 당차게 나아갈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박해와 순교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지금 이순간에도 하느님을 위해 일하고 계신,
세상의 수많은 선교사님들, 성직자분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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