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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이 베푸신 달란트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17 조회수457 추천수3 반대(0) 신고
나의 문학관 / 문학세계
 


                                      하늘이 베푸신 달란트 
 
 
 
                                                                                                                            지요하
                                                                                                                            (소설가)




문학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이다. 그리스도교 성경에서 창조주 하느님은 ‘말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말을 가지고 말을 창조하는 문학은 그러므로 인간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문학은 삶에서 나오고, 삶을 반영하며, 인간의 삶 안에 궁극적으로는 ‘말씀’의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작가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건 가지고 있지 않건 그는 창조적 기능으로 ‘말씀’에 일조한다. 다양한 시선과 방법으로 인간의 삶을 투시하고 관조하고 해석하기도 하며, 형상화를 통한 예술성과 언어미학으로 감동의 열매를 성취해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말씀’에 대한 기여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의 소양이나 품성도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작품세계나 작가의 실제적 삶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작가의 삶 자체가 문학이기도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명제다.

작가는 고도의 지성과 양심과 지혜를 지녀야 한다. 작가에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감수성과 통찰력, 상상력과 합리성, 철학과 동무하는 작가정신이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견인하는 것은 지성과 양심이다. 지성과 양심에 지혜가 어우러져 삼위일체를 이루면 그는 ‘말씀’의 뜻에 온전히 부합하는 작가가 된다.

위대한 문호일수록 ‘말씀’과의 관계는 명확하다. 수많은 갈등의 강을 건너고 고뇌의 숲을 거쳐 인간이 결국 도달하는 곳은 ‘말씀’의 영역이다. 아무리 눈부신 재능과 천하제일의 패기를 지녔다 해도 사실은 보살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섭리 안에서 존재한다. 재능과 패기도 섭리가 베푼 달란트일 뿐이다.

그러므로 문인에게는 겸손도 필요하다.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하는 고통 속에서 진정한 겸손이 발양된다면 그의 문학과 삶은 좀 더 일치의 묘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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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문인들이 나이 들면서 돌연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조’는 문인에게 더욱 귀중한 덕목이다. 지조를 버리면 변절이 된다. 그런 모습이 여러 문인에게서 노정되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 때문에 쉽사리 부각이 되어버리고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쌓아온 문학은 알아줄 만하다. 하지만 문학을 구성하는 요소들(감수성과 통찰력, 상상력과 합리성, 철학과 작가정신) 중 어딘가에 구멍이 있었기에 오늘의 변절이 결과된 것이다. 문인의 삶을 구성하는 지성과 양심과 지혜의 삼위일체가 온전치 않은 데서 연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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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또는 문인에게 있어 진보와 보수, 좌와 우는 별로 중요치 않다. 중심과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 중심과 균형은 지성과 양심과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성격을 다 지니게 마련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공동선의 가치가 침해를 받을 때는 저항을 하게 되는데, 모든 부당한 것에 대한 저항은 문학의 귀중한 덕목이자 가치이다. 비판정신은 문학의 근본정신이기 때문이다. 그 비판정신과 저항정신 때문에 문학은 진보의 색채를 따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지성과 양심과 지혜로움 안에서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창조정신이다. 
                                      

                                                    


근래 들어 부쩍 소설 창작에 열중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상용화하면서 인터넷에 칼럼 따위 창작이 아닌 글들을 많이 쓰고 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들에 지금까지 800편이 넘는 글을 썼다. 시시각각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논란의 회오리가 이는 가운데서 수시로 대응 발언들에 열중하다보니 침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월간문학> 6월호에 고작 단편 하나를 발표했을 뿐이다. 이 작품도 오래 전에 써놓았던 물건이다. 요즘은 내가 작가인가 하는 회의에 젖기도 한다. 작가 아닌 ‘잡가’로 살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민망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신이 내게 베푸신 달란트를 늘 의식하면서 산다. 잡문 하나를 쓰면서도 늘 그것을 의식하는데, 언젠가는 큰 소설로 달란트의 값을 다하리라는 소망과 의지가 아직 내게 살아 있다. 그 소망의 힘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




지요하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문학>으로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예총 태안지회장.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충청남도문화상, 충남예술문화상 외 다수 수상. 장편소설 『신화 잠들다』『죄와 사랑』외 다수. 신앙시집으로 『때로는 내가 하느님 같다』외 저서 다수.



*월간문예지 <문학공간> 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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