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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은 귀환이다." - 11.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04 조회수46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1.2 화요일 위령의 날

지혜3,1-9 로마5,17-21 마태11,25-30

 

 

 

 

 

"죽음은 귀환이다."

 

 

 

어제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에 이어

오늘은 모든 영혼들의 날(all souls' day), 즉 위령의 날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이 참 고맙습니다.

어제는 성인들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는 드리는 날이었고,

오늘은 연옥영혼들이 하루 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1일부터 8일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권고합니다.

오늘 왜관 본원 형제들 역시

오전에는 수도원 묘지를 방문하여 연도를 바칩니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습니다.

묘지를 방문할 때 마다 늘 평안을 느낍니다.

수련기 때도 마음이 착잡할 때는 조용히 수도원 묘지를 방문했고,

미국 뉴턴 수도원에 6개월 머물렀던 때도

마음 혼란스러울 때는 수도원 원내 깊숙이 숨겨져 있던

수사님들의 묘지를 방문하여 평화를 얻곤 하였습니다.

얼마 전 형님 2주기 기일을 맞이하여

동작동 국군묘지에 가서 드넓은 잔디 밭,

무수한 묘비명을 봤을 때도 한없는 평화를 맛보았습니다.

마치 하느님의 품 안에 잠든 모습처럼 생각도 되었습니다.

온갖 환상은 말끔히 걷히고

마음은 푸른 하늘 같이 깨끗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10년 전에 쓴 ‘죽음’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낙엽 쌓인 나무들 사이를 걷다가 쓴 시입니다.

 

“땅위를 덮고 있는

  고운 단풍잎들

  두려워하지 마라.

  죽음은 귀환이다.

  해후다.

  화해다.

  구원이다.

 ‘수고하였다. 내 안에서 편히 쉬어라.’

  들려오는 자비하신 아버지의 음성이다.”(1998.11.10)

 

 

이래서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뿐 아니라

사막교부들의 이구동성의 말씀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삶과 죽음은 공존합니다.

죽음을 묵상할 때 삶도 깊어져 부수적인 것들을 떨쳐버리고

본질적인 삶을, 믿음과 사랑, 희망의 삶을 살게 합니다.

남는 것은 하느님뿐, 저절로 생명의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유일한 답은 생명의 하느님뿐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서 삽니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늘 눈앞에 두고 살 때 저절로 깊어지는 겸손과 지혜입니다.

겸손과 지혜는 쌍둥이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참 좋은 선물입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 아이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대우(大愚),

즉 크게 어리석은 자가 대지(大智), 크게 지혜로운 자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철부지 같으나 진정 겸손하고 지혜롭습니다.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겠지만

이들은 평화를 누리며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죄가 만연된 세상 한 복판에서도 독야청청,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합니다.

바로 우리 수도승들이 추구하는 삶입니다.

이런 겸손하고 지혜로운 이들의 마음의 귀에 들려오는

자비하신 아버지의 음성입니다.

하여 죽음도 아버지께로 평화로운 귀환이 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으로 바꿔주시어

오늘 하루도 당신을 닮아 온유하고 겸손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을 찬양하라. 내 영혼아 한 평생 주님을 찬양하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시편146,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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