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백성의 예배] 우리가 지금 쓰는 미사경본은 미사는 제사입니다. 사람이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전례라 합니다. 교회 생활의 정점이며 원천인 전례(전례헌장, 10항 참조)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한층 풍요롭게 합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 채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참여하기 쉽습니다. 신호철 신부의 전례(미사) 해설을 통해 하느님 백성으로서 좀 더 능동적으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편집자). 현행 미사경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반포된 ‘전례서’들 가운데, ‘미사’를 드릴 때 쓰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성가집을 제외하고, 기도문을 담은 “미사경본”(missale)과 선포될 성경 말씀을 담은 “독서집”(lectionarium) 이렇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전례서를 반포할 때는 라틴어로 출판하며 그것을 각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데, 이러한 라틴어판을 ‘표준판’이라고 한다. 현행 로마 미사경본 표준판은 2008년에 반포된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3판 수정판’이다. 이 거창한 명칭의 뜻을 알려면 ‘미사 전례서’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아야 한다. 비오 5세 로마 미사경본 처음부터 이러한 미사경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의 형태는 미사 때 사용할 기도문을 적은 낱장의 문서였다. 6세기 이후로 미사 때 쓰는 고유기도문들을 한 권에 모아놓은 전례서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성사집’(sacramentarium)이라고 한다. 미사 때 쓰는 모든 전례문을 한 권에 모아놓은 더욱 완전한 형태의 전례서를 ‘미사경본’이라고 하는데, 이는 9세기를 넘어서면서 나타난다. 미사경본의 역사를 극히 간략하게 묘사하자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이후의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의 대표적인 미사경본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 이후 1570년에 교황 비오 5세(재위 1566-1572년)가 반포한 것이며, 그래서 이를 ‘비오 5세 로마 미사경본’이라고 한다. 이 미사경본은 이후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이 있기까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항구히 사용하였다.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1판과 제2판 1800년대에 계몽주의 사조가 시대를 장악했고, 전례에서도 이성적이고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설명하려는 경향이 일어났으며, 여기서 전례학이 태동한다. 전례학자들의 연구 결과 당시의 전례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였으며, 이러한 인식은 학문적인 수준을 넘어서 실천적인 수준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이것이 1900년대 초에 일어난 ‘전례 운동’이다.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년)는 이 전례 운동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적극 수용하여 1947년 회칙 ‘하느님의 중개자’를 반포하였으니, 다가올 보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은 이미 이렇게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년)가 문을 연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년)가 마무리 지었으며, 비오 5세 미사경본이 반포된 지 400년 만인 1970년에 전례 개혁의 결과가 반영된 로마 미사경본의 첫째판이 반포되니, 이것을 ‘바오로 6세 로마미사경본 표준판’이라고 한다. 전례 개혁의 결과가 어떻게 이 새 미사경본에 반영되었는지를 다 열거할 수는 없으나 커다란 특징 가운데 몇 가지만 언급해 보겠다. ‘표준판’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사실에서 이제 이 라틴어 미사경본을 표준으로 하여 미사경본을 각 민족의 모국어로 번역할 것임이 전제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전의 미사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라틴어로 거행하였고, 따라서 많은 신자들은 기도문에 잘 응답할 수 없었으며 성가를 부를 수도 없었다. 모든 전례문은 해당 직무자들이 바쳤고 라틴어로 된 성가는 성가대가 불렀으니, 신자들은 그야말로 벙어리가 된 채 미사가 거행되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흔했다. 미사 중에는 파스카 사건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신 그리스도께서 신비의 형태로 현존하시며, 신자들은 성령의 이끄심에 적극적으로 의탁하여 이 거대한 신비에 영적으로 다가가야 한다(전례헌장, 14항 참조). 그래서 공의회는 우선 미사 전례 때 모국어 사용을 허용하였다(전례헌장, 36항 참조).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현존하시며 또한 성체와 성혈로 현존하신다. 이 두 현존은 성자의 단일한 위격에 결합되어 있는 동일한 것으로서 어느 하나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다. 말씀전례에서 말씀으로 현존하시는 성자께서 선포되시고 그렇게 선포된 말씀을 성찬전례에서 성체와 성혈의 현존으로 거행하는 것이다(“미사독서 규정”, 10항 참조). 이전의 미사전례에서 성경 말씀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제한적이었음에 반해서, 개혁된 미사 전례에서 성경 말씀은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말씀 전례에서는 맹목적인 연속보다는 주제 연결을 중시하는 ‘준(準)연속적인 독서’ 방식으로, 전체 성경 말씀이 2년 또는 3년을 주기로 하여 모두 선포되도록 되어 있다(“미사 독서 규정”, 64-77항 참조). 또한 신자들은 되도록 그 미사에서 축성한 성체를 모시도록 권고되고, 신자들이 성체를 양형으로 모시는 것이 허용되었다. 주교를 중심으로 하여 모든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하는 미사의 형태가 오히려 더욱 장엄하고 그리스도의 단일한 사제직을 더 잘 드러내기에 이전에 금지되었던 공동집전을 오히려 권고하였다. 이 제1판 미사경본이 반포된 지 5년이 지나서 1975년에 그동안 발견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적용하여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2판’이 반포되었으며, 이를 표준으로 한 한글판 미사경본이 1976년에 출판되었다.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3판과 수정판 제2판이 반포된 지 27년이 지나서 2002년에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3판’이 반포되었다. 제3판은 거의 3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각 지역 교회에서 모국어로 미사경본을 번역하면서 교황청의 인가를 받아 수행하였던 수많은 ‘적응’(adaptatio)의 사례들을 배려한 것이다. 커다란 예들을 들어보자면, 교회 전통에서 본연의 신앙고백문으로 바쳤던 사도신경이 지니는 가치를 인정하여 이것을 사순시기와 부활시기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신자들이 양형으로 성체를 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였다. 이미 일어났거나 예견된 ‘적응’ 외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적응’에 대해 주교회의가 판단하기 위한 기준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 생겨난 성인 축일들을 위한 기도문들을 마련하였다. 한편, 악보가 있는 본문을 악보가 없는 본문보다 앞에 실어서 미사경문 중 노래할 수 있는 부분은 노래하는 것이 더 장엄하고 또 장려됨을 부각시켰다. 제3판 미사경본의 사소한 오류들을 수정하고 보충해야 할 점들이 적용되어 2007년에 ‘제3판의 연구판’이 나왔고 곧이어 2008년에 ‘제3판의 수정판’이 반포되었으니, 이것이 현행 로마 미사경본이다. 이 ‘바오로 6세 로마 미사경본 제3판 수정판’에 의거하여 번역된 한글판 미사경본은 현재 사도좌의 추인을 받는 과정에 있다. * 신호철 비오 - 부산 가톨릭 대학교 교수 · 신부. 전례학 박사.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신호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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