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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좁은 문 - 10.2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26 조회수449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1.10.26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로마8,26-30 루카13,22-30

 

 

좁은 문

 

오늘은 좁은 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좁은 문을 통과해야 구원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주님, 구원 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의 추상적인 질문을

각자의 구체적 삶의 자리로 바꿔놓으며

모두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주십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멀 리가 아닌

지금 여기에 있는 구원의 기회, 좁은 문입니다.

굳이 구원의 좁은 문을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묵상 중 10년 전 봄철 민들레꽃 활짝 피어난 뜰을 보며

써놓고 위로 받았던 글이 생각납니다.

 

"어, 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뒤뜰 마당

가득 떠오른

샛노란 별무리

민들레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하늘의 별처럼 살아야 할 구원의 자리, 좁은 문입니다.

지금 여기 가까이 있는 좁은 문부터 힘을 다해 통과해야 구원입니다.

 

사람마다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직면해야하는 좁은 문들입니다.

우리의 삶은 숨 막힐 것 같은 좁은 문들의 연속입니다.

태어나는 것도 좁은 문이고

수능고사도 취업도 결혼도 집 장만도 승진도 좁은 문들뿐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생존경쟁 치열한 좁은 문들의 인생입니다.

 

이 좁은 문들 앞에 좌절, 절망하거나 자살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넓고 편해 보이는 문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통 좁은 문들뿐입니다.

이런 보이는 외적 좁은 문들의 중심에

주님이 주신 지금 여기서 직면하여 통과해야 할

좁은 문, 구원의 좁은 문입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지금 여기 나의 자리에 충실할 때 통과하는 구원의 좁은 문입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살지 않고는 도저히 구원의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 중 뒤늦게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는 자와 주님과의 대화입니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나름대로 주님과의 친분을 내세우지만

완전 착각이요 짝사랑이었음이 다음 주님의 답변에서 들어납니다.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아마 평생 제 뜻대로 주님과 불통의 넓은 문의 삶을 살아 온 자들 같습니다.

‘나는 모른다.’ 두 번 연속되는 이 말씀이 충격적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주님 면전에서 이 말씀을 듣는다면 얼마나 허탈하고 황당하겠는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주님과의 소통이요 친교입니다.

 

부단히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할 때

‘주님은 나를 알고 나는 주님을 알게 되어’

주님과의 깊은 친교로 좁은 문의 통과도 수월해집니다.

 

‘좁은 문이냐 넓은 문이냐’ 다분히 상대적입니다.

예전 교편시절, 선배교사와 주고받은 문답이 생각납니다.

“이 선생님, 왜 그렇게 힘들게 삽니까? 쉽게 살 수 없어요.”

“저는 이렇게 사는 것이 쉽게 사는 것입니다.”

솔직한 저의 답변이었습니다.

 

주님을 몰라서 좁은 문이지 주님과의 친교가 깊어질 때

좁은 문은 넓은 문으로 변합니다.

 

분도 성인의 다음 규칙 말씀이

이런 진리를 보여 주면서 좁은 문의 여정 중인 우리를 격려합니다.

 

-즉시 놀래어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파하지 마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니(RB머리48-49)-

 

바로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가 구원의 좁은 문입니다.

그러나 주님과의 관계의 깊이에 따라 좁은 문도 넓은 문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과 남남으로 살 때는 정말 힘든 좁은 문이지만

성인들처럼 깊은 친교의 일치 중에 살 때는 넓은 문입니다.

 

똑같은 환경에서 천국을 사는 이도 있고 지옥을 사는 이도 있듯이,

똑같은 좁은 문의 환경에서도 말 그대로 힘든 좁은 문을 사는 이도 있고

내적으로 넓은 문의 자유를 사는 이도 있습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성령의 은혜입니다.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좁은 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시며 위로하십니다.

 

주님의 뜻을 깨달아 알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성령의 힘이요,

주님과의 친교를 깊게 하는 성령의 은총입니다.

성령 따라, 성령 충만한 삶을 살 때 좁은 문은 내적 넓은 문으로 바뀌니

바로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불러주신 우리를 의롭게 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시어

자발적 기쁨으로 좁은 문의 여정에 항구하게 하십니다.

더불어 우리 삶의 좁은 문들은 점점 내적으로 넓은 문들로 변해 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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