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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세례성사의 거룩한 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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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8 조회수2,591 추천수0

[전례 생활] 세례성사의 거룩한 표징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존재이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와 같은 운명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도록 초대받은 이들이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로마 6,3)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던 첫 마음의 순간, 곧 세례 때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는 데 중요하다. 세례 거행의 여러 예식 요소들은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받은 모든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하느님의 선물인지를 드러내 보여 준다.

 

세례성사의 거룩한 표징들은 구원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 백성이 체험한 사건과 신앙을 담고 있기에 성경의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세례 거행의 다양한 예식적 표지들이 지닌 의미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간직해야 할 첫 마음과 소명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자.

 

 

구원의 신비와 물의 상징성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를 부르며 물로 씻는 예식에서 절정에 이르는 세례식은 전통적으로 파스카 성야에 거행되어 왔다. 교회는 이 파스카 성야에 세례수를 축복하며 세례의 신비를 앞당겨 보여 준 구세사의 위대한 사건들을 다음과 같이 장엄하게 기념한다.

 

“주 하느님, 성사의 표징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구원의 신비를 이루시니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물이 세례성사의 표징이 되게 하셨나이다. 하느님, 태초에 성령께서 물 위에 머물게 하시어 그때 이미 물이 거룩하게 하는 힘을 지니게 하셨나이다. 하느님, 홍수를 통하여 죄를 씻고 그 물의 신비로 생명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례를 미리 보여 주셨나이다. 하느님,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마른 발로 홍해를 건너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하시어 세례받는 새 백성의 예표로 삼으셨나이다.”

 

물은 생명과 풍요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죽음과 위험의 표상이기도 하다. 창조, 노아의 홍수, 특히 홍해를 건너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사건과 결합되어 물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구세사의 잊을 수 없는 거룩한 표징이 되었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세례의 예표가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분명 죄인들의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분이셨지만 자청하여 요한의 세례를 받으셨다. 이로써 강생의 신비처럼 예수님은 자신을 다시 한번 비우고 낮추시어 죄인들과 깊이 결합되심으로써 분리의 길이 아니라 연대의 길을 걸으신다. 그때 첫 창조의 물 위에 감돌던 성령께서 새 창조의 전조로서 그리스도 위에 내려오시고 성부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신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겪으실 수난을 가리켜 받아야 할 ‘세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와 물에서 새로운 생명의 성사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을 바라보았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세례와 십자가 사건의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이 어디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그것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리스도의 죽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모든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위해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이 속량되었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이 구원되었습니다”(「성사론」, 2,2,6).

 

교회가 파스카 성야에 부활초를 물에 한 번 또는 세 번 담갔다 들어 올리는 상징적인 동작과 함께 세례수를 축복하며 하느님께 청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님, 성자를 통하여 이 샘에 성령의 힘을 가득히 부어 주시어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 묻힌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게 하소서.”

 

이렇게 축복받은 세례수로 씻는 예식을 통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묻히며 함께 부활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와 같은 운명을 지닌 존재로 부름받았다. 그런 면에서 지난날 ‘침수 예식’의 형태로 거행되었던 ‘물에 잠그는 예식’은 물로 씻음이 단순한 정결 예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와 결합되는 성사임을 더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세례의 거룩한 표징

 

이 밖에도 세례의 의미를 밝혀 주는 여러 예식이 있다. 각 예식에서 나타나는 상징적인 동작이나 표징의 의미는 그와 관련된 기도의 내용에서도 잘 나타난다.

 

▶ 십자표 - 유아 세례 예식에서 주례자와 부모 그리고 대부모는 아기의 이마에 십자표를 긋는다. 단계별 어른 입교 예식의 첫 단계인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에서도 후보자들의 이마와 감각 기관에 십자 표시를 해 주는데, 이때 바치는 주례자의 기도는 다음과 같다.

 

“주님, 저희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고 저희가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한 이 예비 신자를 그 십자가의 힘으로 지켜 주시어 이들이 주님의 계명을 지키면서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마침내 새로 나는 영예를 누리게 하소서.”

 

▶ 예비 신자 성유 도유 - 주례자가 예비 신자들에게 한 사람씩 가슴이나 양손 또는 적절하다면 다른 신체 부분에 예비 신자 성유를 바른다.

 

단계별 어른 입교 예식에서는 ‘예비 신자 기간’에 앞당겨 소 구마 기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예비 신자 기간 동안 지속되어야 할 영성 생활의 참된 조건과 영육 간의 투쟁을 알려 준다. 또한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을 얻는 데 마귀와 미신을 끊어 버리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며 죄와 유혹에 대한 하느님의 보호를 상징한다. “구세주 그리스도님, 주님의 표지로 이 예비 신자들에게 구원의 기름을 바르오니 주님의 힘으로 이들을 보호하소서. 주님께서는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축성 성유 도유(세례 후 도유) - 세례 뒤에 주례자는 아무 말 없이 세례받은 이의 정수리나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른다. 이는 새 영세자에게 성령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례받은 이는 그리스도인, 곧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존재로서 그리스도와 그 지체인 교회와 한 몸을 이루고 세례받은 이들이 수행할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전능하신 하느님, 이들을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게 하시고 모든 죄를 용서하셨으니 몸소 구원의 축성 성유를 바르시어 주님의 백성이 된 이들이 사제이시요 예언자이시며 임금이신 그리스도의 지체로 살다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흰옷 입힘 - 예로부터 세례받은 이는 교회 안에 다른 신자들과 결합되기 전에 새 흰옷을 입는 관습이 있었다. 흰옷은 세례 뒤에 흠 없이 깨끗한 영혼의 순결함과 성사의 은총이 가져다 준 깊은 변화와 내적 쇄신을 표현한다.

 

흰옷을 입혀 주며 바치는 주례자의 기도는 갈라티아서 3장 27절의 말씀을 상기시켜 준다.

 

“여러분은 새로 창조되어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흰옷을 받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 날까지 깨끗이 보존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십시오.”

 

▶ 촛불 켜 줌 - 대부 대모는 파스카 초에서 불을 댕겨 새 신자에게 건네준다. 이로써 그리스도께서 새 교우를 비추셨음을 뜻한다. 그리고 세례받은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마태 5,14)으로 살아갈 소명을 부여받았음을 기억한다.

 

이처럼 세례 거행은 물로 씻는 핵심 예식만이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세례의 뜻을 밝혀 주는 예식들로 충만하다.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세례를 가리키는 여러 명칭들과 의미에 대해 아름다운 설명을 남겨 주었다.

 

“세례는 하느님의 선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선물이다. … 우리는 이것을 선물, 은총, 기름 바름, 조명, 불멸의 옷, 재생의 목욕, 인호 등 가장 귀중한 모든 명칭으로 부른다.

 

그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물이며, 빚진 자들에게도 주어지기 때문에 은총이며, 죄가 물속에 묻히기 때문에 세례(물에 잠김)이며, 신성하고 왕다운 것이기에 도유이며(사제와 왕들은 기름부음을 받았다.), 밝은 빛이기에 조명이며, 우리의 부끄러움을 가려 주기에 옷이며, 씻어 주기 때문에 목욕이며, 우리를 지켜 주며 또한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표징이기 때문에 인호라고 한다”(「강론집」, 40,3-4).

 

* 김기태 사도 요한 - 인천교구 신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8년 11월호, 김기태 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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