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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4 사람을 짓는 일(제2의 성소)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30 조회수445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4. 하느님의 위대한 목소리, 소명

04 사람을 짓는 일(제2의 성소)
"왕 신부님, 우리 수도원에 입회하시면 좋겠는데 어떠십니까?" 1987년 트라피스트 수도원 피정 중에 수사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 다. 나는 일주일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내 본명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처럼 살아야 하다는 것 이었습니다. 기도(관상)생활도 중요하지만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것 이 내게는 더 중요하 소명이었습니다. 지나 온 내 인생 여정을 돌아보 아도 그것은 확실합니다. 30대에는 일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1,000명의 예비 신자를 모으고 일주일에 약 20시간 이상 운영하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면서 가톨릭 저널리스트클럽을 창립하고 교구의 홍보담당으로 대사회적 창구 역할도 했습니다. 교회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 고 일에 내 열정을 쏟았습니다. 30대가 지날 즈음 나는 큰 실망을 안고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나는 일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일은 미룰 수 있고, 또 능력이 부족할 때는 교육을 통해서 가르치고 뜻을 맞출 수 있고 참고 기다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인간관계가 무너지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40대 중반을 지나면서 하느님께서 다시 한 번 제2의 성소로 나를 인도하시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나 는 성당이나 교회 건물을 건축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사람을 그리스도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내 성소였던 것 같습니 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미주, 캐나다, 남미, 유럽, 한국에서 수없 이 많은 연수와 교육, 피정, 은혜의 밤을 아주 열정적으로 주관했습 니다. 10여 년에 걸쳐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에서 봉사자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정기적인 피정도 실시했습니다. 그 들의 영성을 깨우치고 복음의 위대함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 다. 외국에서 사목생활을 하던 50대는 시련이 많았지만 하느님 안에서 다시 새로이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느님 위주로, 성서를 중 심으로, 기도와 성서생활을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살았습니다. 예수님 처럼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내게는 유일한 양식이었습 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뜻을 알고 그것 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살았 습니다. 60대가 되면서는 이웃이 참 소중했습니다. 이웃 안에 계시는 하느 님, 이웃 안에서 슬퍼하시며 고통과 모욕을 당하며 억압당하는 하느 님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귀국해서 본당 사목을 하는 중에는 한 주 간에 화, 수, 금요일에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3일을 면담과 고 해성사를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앞으로 한 주간 더 해야 할 사람들이 밀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담을 통한 고해성사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대화와 기도 가운 데 내려지는 주님의 축복이 얼마나 충만한지를 깊이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마리아 비안네 사제와 같은 소명이 내게도 있지 않 은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문제 를 깊이 경청하고 그들의 죄와 상처를 치유해주면서 나는 사람을 사 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하다. 그들의 영혼을 위해 종교의 울타리를 초월하여 사람에게 봉사하다가 주님께로 가야 하겠다.' 본당 사목에서 은퇴하기 2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종교 와 신학적인 진리보다도 내게는 사람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소중했습 니다. 그래서 사람은 내 마지막 여생을 투신해서 섬겨야 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과 생각을 한곳으로 모았습니다. 그런데 70살이 넘자 뭐가 중요한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현재에 충실한 삶, 현재에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 했습니다. 동양에서 '순리'라고 하는 것, 내가 한평생 이룬 모든 일 들, 계획과 결과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이끄심, 바 로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 님의 이끄심이었습니다. 결국 일과 사람, 하느님과 이웃, 그중에 어느 것이 중요한지 따지 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하면 그분께서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 가? 어떻게 해야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느님께 순명하면서 최 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일임을 이제 분명히 압 니다. 나는 언제나 하느님 안에 있는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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