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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17 좀 더 가난해야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29 조회수479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8. 사목 현장에서 만난 주님

17 좀 더 가난해야
1983년 보스턴에서 열린 성령쇄신 묵상회에서 나 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미스터 황을 처 음 만났습니다. 피정이 중반을 지난 즈음이었고 모든 신자들이 기쁨에 젖어 있었습 니다. 그날 점심을 먹을 때 그가 내 옆에 앉아 있었는데 왠지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부님 피정하시는 것을 보니 참 좋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신선한 충격을 주어서 모두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신부님도 이 일을 계속 하시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그가 느닷없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습니다. "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예전과는 달리 음악을 하는 데도 돈이 없으면 힘든 현실입니다. 예 를 들면 제가 베를린에 가서 연주회를 하려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로는 곤란합니다. 성공적인 연주를 위해서는 적어도 15만 달러 정도의 악기를 빌려야 좋은 음직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몇 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습니까?" "여섯 살 때부터 했으니 4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나는 조금 화가 난 음성으로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40년을 하시고도 멍석 타령을 하면 어떡합니까? 이제는 마음(심령) 으로 연주해야 할 때가 아닙니까? 베토벤도 귀가 먹고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작곡한 것이 불후의 명작이 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을 잘 새 겨 들으십시오. 이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 생활에 정진하십시오." 나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가난해져야 이 엄청난 영적인 일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 고 정신적, 영적인 청빈의 덕을 가졌을 때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일을 더 잘할 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더 가난한 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나의 말을 듣는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그러고 는 곧 우울한 표정으로 성당을 향해 갔습니다. 마지막 감사미사 때 나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주 기뻐하며 돌아갔습니다.. 그 이듬해 다시 그곳에서 감사미사를 드릴 때 그가 나를 찾아와 부 탁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영성체 후 특송을 연주할 수 있도록 7분 정도만 시간 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는 영성체 후 특송으로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연주했습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모든 신자들이 감동했습니다. 성령에 이끌려 연주하는 그날의 음악은 분명 이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영 혼으로 하느님께 연주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사 후에 그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연주 도중에 한두 군데 실수한 것이 있는데 저는 그 실수도 흐뭇합 니다. 또 제 색깔이 있어서 오늘 연주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작곡가 는 자기 나름대로 작곡한 것이고 저는 이 현장에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연주를 했으니까요." 그러고는 부끄러운 듯 말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 식탁에서 꾸중하시던 말씀 ---." 나는 그 후 그가 새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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