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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빌어먹을 낚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09 조회수424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빌어먹을 낚시!
나는 본래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 라 아주 싫어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무슨 강태공이라고 멀쩡한 대낮에 낚시만 하는 이들, 그리고 주말이면 으레 낚시 여행을 떠나 는 친구들을 나는 괜히 미워한다. 물론 그들 모두에게 건강한 취미 에서 오는 좋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나 미안하게도 내가 보기에 는 무슨 놈팡이들처럼 보여 낚시꾼들을 싫어한다. 섬마을 선생을 7년이나 했으면서도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 다. 첫 번 3년은 아이들 따라 망둥이 낚시를 서너 번 한 것이 고작 이었으며, 두 번재 4년은 배를 타고 두어 차례 시도를 했었으나 그 것도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였다. 차라리 술병 들고 뱃놀이하는 것 이 더 좋았으며 아니면 밭에 가서 땅을 파는 것이 차라리 내 적성 에 맞았다. 한번은 술이 과한 상태에서 얼떨결에 밤낚시를 떠났는데 일단 배를 타고 나니 금장 되돌아올 수 없는 암담한 처지에서 갈등이 이 만 저만이 아니었다. 덩달아 낚싯대를 던졌지만 전혀 느낌이 오지 않았으며 결국은 내가 재촉을 하여 중간에 서둘러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바다의 고기를 다 준다 해도 싫은 것은 그냥 싫은 것이다! 그래도 그때 막판에 이런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취미가 없던 나는 미리 준비해 간 소주만 마셨는데 아 마 대낮에 몽땅 마셨던 막걸리 탓인지 예고 없이 갑자기 뒤가 마렵 게 되었다. 그래서 한 손엔 낚싯줄을 잡고 고물에 불안스럽게 앉아 엉거주춤 뒤를 봤는데 생전 처음 그런 식으로 뒤를 보자니 보통 어 색한 게 아니었다. 그때 누가 손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나는 그 대로 바다에 퐁당 빠질 판이었다. 1차 배설이 끝나고 2차를 준비할 때였다. 갑자기 손에 들린 낚 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데 순간 몸이 한쪽으로 기울던 나는 나 도 모르게 낚싯줄을 세차게 잡아당기게 되었다. 그런데 낚싯줄이 보통 묵직한 게 아니었다. 결국 바지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상태에 서 줄을 당기고 보니 팔뚝보다 훨씬 더 긴 농어가 걸려 있었다. 아 마 변 냄새를 맡고 유인된 모양이었다! 함께 간 학부형들은 나보다도 더 좋아하며 선생님이 뒤를 보다 낚은 농어라 해서 야단들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안 잡힐 때는 잡히지 않는다고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는 데 고기가 큰 놈이 잡혔어도 왠지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로 아마 30년 가까이 낚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9 월이었다. 소록도와 마주 보고 있는 녹동항에는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 전 국에서 낚시꾼들이 모여드는데 녹동성당의 젊은 신부도 낚시를 무 척이나 좋아했다. 기회만 있으면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로 달려가 낚시를 하는데 그와 취미가 맞는 신부들은 그래서 녹동을 자주 찾 아왔다. 한번은 우리 교구의 노인 신부님이 오셨을 때였다. 어른이 오셨다 해서 맘에도 없는 낚식배를 함께 탔는데 이게 정말 고역이 었다. 재미도 없는 낚싯대를 들고 새벽 6시에 출발하여 하루 종일 뱃 전에 앉아 있는데 이게 얼마나 지루하고 불유쾌한지 겪어 보지 않 은 사람은 아마 그 심정 모르리라. 공연히 따라왔다는 후회를 수십 번도 더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햇볕은 따가운데 어디 누울 데는 없고 종일 낚싯대만 쳐다보고 있으려니 속된 말로 이게 무슨 미친 지랄인지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도 인내심이 없는 노인 신부님이 예 닐곱 시간을 오직 낚싯대에다만 시선을 두며 꼼짝하지 않고 버티 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원래 그분은 식당에 가셔도 재미가 없다 싶 으시면 단 10분도 되지 않아서 당신 잡수실 것만 대충 잡수시고는 "나, 갈란다" 하시면서 일어서시는 것이 예사였기 때문이다. 그래 서우리는 그 날 무척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조절이 잘 안 되시는 소피까지 참으시면서 어떻게 그렇 게 진득하니 버티고 계신지 참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 당신이 좋아하시는 것을 위해서라면 새벽이건 밤중이건 문제가 아니었으 며,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열 시간이고 스무 시간이고 아무 문제 가 되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그 날 신부님은 하루 종일 작은 간자 미만 한 마리 잡으셨는데도 그분은 충분하게 만족하셨다. 문제(?)는 오히려 내 쪽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두 신부님이 가져 온 술만 이것저것 섞어 가며 계속 마시다가 그것도 모자라 혼자서 춤추고 노래 부르며 관중도 없는 원맨쇼를 하였는데 이상한 것은 내 낚시대에만 고기가 몰려와 이깝을 톡톡 건드리는 것이었다. 그 래서 각본에도 없는 돔을 큰 놈으로 여러 마리 낚았는데, 그 날은 내가 뒤를 본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노인 신부님은 날 보고 음흉스럽다고 눈을 흘기셨는데 사실 나는 잡고 싶어서 고기를 잡은 것도 아니었으며 또 무슨 기술 있어서 돔을 잡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를테면 단지 일진이 좋는 것뿐이었는데 가만 생각하니 혼자만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 추고, 고기까지 다 휩쓸었으니 그 날은 완전히 내 생일날(?)이었다. 그러나 낚시는 역시 내 체질이 아니다. 예수님도 낚시를 즐기셨 고(?) 그리고 그분의 제자들도 거의가 어부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낚시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데도, 싫은 것은 그냥 싫은 것 이다! 누가 혹 돈 백만 원씩 허리춤에 찔러 준다면 몰라도 다시는 배 타고 낚시하러 가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노인 신부님은 속도 모르시고, 내가 그 날 배에서 술 마 시고 춤추고 했던 것이 보기가 좋았다고 하시면서 언제 다시 한 번 바다에 나가자고 하셨다. 나에겐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 만, 그리고 신부님이 오신다면 어쩔 수 없이 배를 준비하긴 해야겠 지만, 그 빌어먹을 낚시를 왜 좋아하시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가 횟감만 준비해 놓고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분은 혹 안 계실까?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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