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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다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7 조회수445 추천수1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땅

다리
함부르크에는 케네디브뤼케라는 이름의 다리가 있다. 나는 이 다리를 지나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제관을 나와 사오분 정도 걸으면 이 다리에 서게 된다. 다리에서 오른쪽을 보면 한없 이 넓은 외알스터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보면 한 없이 넓은 외알스터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고개 를 돌리면 아담한 내알스터 호수와 그 뒤로 여러 개의 교회 종탑 과 함부르크 시가지가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자연의 순수한 정 취를, 왼편으로는 인간이 세운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리는 도시와 자연을 가르는 경계선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다리에 들어서면 언제나 갈등이 생긴다. 오른쪽으로 돌아 호수를 산책하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것인지, 아니면 왼 쪽으로 돌아 회색 도시의 세련된 빌딩을 감상하며 사람들 사이 를 헤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잠시 망설이게 된다. 꼭 내 마 음의 상태를 시험받는 것 같다. 자연과 도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오른쪽에 위치한 호수를 돌려면 빠른 걸음으로 족히 한 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반면에 도시를 통과하면 그 절반의 시간으로 도 충분히 산책을 마칠 수 있다. 결국 나는 시간을 핑계 대거나 다리 위에서 호수를 바라본 것만으로도 자연을 즐긴 것이나 마 찬가지라고 위안하며 도시 쪽으로 발길을 돌릴 때가 많다. 도심 방면으로 가려면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비스듬히 돌아 다리 밑을 지나서 호수를 등져야 하는데, 그럴 때면 마치 자연을 등지는 것처럼 느껴져 서글퍼진다. 인간이 만든 시간에 쫓기고 또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세속을 방황하는 것 같아 내가 보기 싫을 때도 있다. 매번 다음에는 호수를 돌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도시를 가로지른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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