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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미허리가 굽은 허리로바뀌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31 조회수454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어머니 역시 천국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막내아들 신부가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천국은 바로 여기 우리가 사는 곳이 천국이 되어야 한다.
어머니를 지켜 주시는 하느님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고 하면서 사실은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나 기쁨을 원하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개미허리가 굽은 허리로바뀌다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마태복음 20장에는 선한 포도밭 주인을 통해 하늘나라를 비유한 구절(1-16)이 나온다. 포도밭 주인은 일꾼들에게 품삵으로 하루에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했는데, 아침 9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12시와 오후 3시쯤부터 일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품삸을 받아든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이 성경 구절을 읽는 사람들은 왜 이 구절이 천국을 비유한 내용 일까 의구심을 갖는다. 그런 식의 임금 계산은 오늘날의 노동법에 도 어긋난다. 더구나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런 무 원칙이 있을 수 없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오늘 날 노동현장의 사정이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먼저 일자리가 없어서 오 후 3시까지 장터에서 서성거려야 했던 일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 아야 한다. 하루 품삯을 벌지 못하면 가족들이 굶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일꾼들을 거둔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내 손의 돈과 다른 손의 돈만 계산하다 보니 불공평하 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침 9시부터 일한 사람과 오후 3시부터 일한 사람도 하루 품삯 이 같아야 그들의 가족이 굶지 않는다. 노동의 목적이 가족의 생계 에 영향이 있다는 점에서 품삵을 똑같이 정한 것은 현실에서는 있 을 수 없는 일이지만 천국에서는 있을 수 있다. 천국의 품삯은 노동 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데 목적이 있 기 때문이다. 나는 작고 가냘픈 몸으로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강인하게 살아오 신 우리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에 고 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온갖 고난을 딛고 꿋꿋하게 일어서도록 어머니를 독려하신 이유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준비해 주시는 분이 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신다. 어머니는 여든이 넘어서는 체중이 40킬로그램이 안 되셨다. 발걸음도 얼마나 가볍고 사뿐사 뿐한지, 흡사 가벼운 깃털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조카들이 할머니 를 뵈러 오는 날이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너희들은 어떻게 땅을 쿵쿵 울려가며 걸어디니니? 조용히 걸어라." 나이가 들면 몸무게가 늘어나는 법인데, 어머니는 예전 젊은 시 절의 몸무게를 거의 유지하고 사셨다. 그나마도 연세가 들면서 그 정도였지, 처녀 시절에는 '개미허리' 로 유명했다고 한다. 아무리 시골에 사셨다고는 하지만 버들가지처럼 가는 허리는 젊은 여자들 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몸매는 십년의 세월이 수십 차례 흐른 그 시절에도 똑같았다. 그러나 허리는 여전히 개미허리였지만 등이 굽 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줄면서 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허리도 가늘고 아주 예뻤는데, 이제는 늙어 서 허리에 힘이 없으니 허리가 꼬부라지는구나."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라더니, 나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 시던 허리가 굽어져 서운하게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나는 어머 니의 생각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젊었을 때 개미허리를 자랑했지만 나이가 들 면서 허리가 굽고, 젊을 때 허리가 굵어서 불만이던 아가씨들이 나 이가 들면서 허리에 힘이 붙어서 꼿꼿해지니, 하느님은 어느 것 한 가지도 공평하지 않으신 게 없어." 어머니가 성경에 나오는 포도원의 일꾼이었다면 아마 단연코 새 벽부터 일한 일꾼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품삵을 받고 난 후에도 불평을 하지 않고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이렇게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 일부터는 시장에 더 일찍 나가서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갖고 있는데 나는 갖고 있지 않다면 없는 자는 가진 자에 대해서 늘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은 없으나 나만 갖고 있을 때 도 사람들은 그것을 진정 감사할 줄 모른다. 인간의 계산기로는 불 공평하지만, 하느님의 눈으로는 항상 공평하다. 단지 사람의 머리 로만 계산이 틀릴 뿐이다. 나는 어머니가 젊은 시절의 개미허리와 노년기의 굽은 허리를 비 교하면서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은 공평하시다' 하 신 말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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