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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실천이 어렵다면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4 조회수513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쉬어

홍성남 신부 지음
02. 삶은 워래 울퉁불퉁 해,
힘들 땐 쉬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탄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예외 없이 넘어지고,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돌아가기도 하죠. 그래서 달구지 타고 가듯 천천히 주변도 둘러보고, 바퀴도 점검하고, 소도 다독이면서 가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이 어렵다면

판공성사(신자들이 1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해성 사)때는 신부나 신자들이나 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신자들은 기 나 긴 줄을 서야 해서 지겹고 신부들은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죄 고 백을 두세 시간 동안 듣는 일이 힘겹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엉뚱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고해소 앞의 줄이 길어지다보니 새치 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멱살잡이까지 일어나 고해성사를 보러 왔 다가 죄만 더 짓고 가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신부들은 성사 중 에 깜빡 잠이 들기도 하고요. 명동성당 보좌신부로 있었을 때 일입니다. 명동성당은 유독 고해 성사를 보는 이들이 많은 곳이지요. 오후에 두 시간쯤 고해성사를 듣다보니 졸다 깨다 하는 상태였는데, 고해소 안이 문득 조용해졌 습니다. 신자들이 모두 고해성사를 보고 돌아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이제 쉬어야지, 하고 문을 열고 나오니 밖에는 여전히 신자들이 길 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고해소 안에 아직 사람이 있었던 것이지요. 고해소 안으로 다시 들어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기다려도 아무 말 없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누구길래 아무 말도 하 지 않고 있는지 궁금해서 성사표를 내는 구멍으로 살짝 들여다보았 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구멍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깜짝 놀라서 물었지요. "뉘시오?" "당신은 뉘시오?" "나는 신부인데 댁은 뉘시오? 신자요?" "아니오." "신자도 아닌데 여긴 왜 들어왔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기에 뭐 주는 줄 알고 서 있다가 들어 왔소." 그 말에 뒤집어지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부들이 가장 힘든 업무로 꼽는 것이 고해성사입니다. 듣는 일이 어렵고 고되기 때문입니다. 전화 봉사를 하는 어떤 자매가 말하더군 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 시간만 들으면 기운이 다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요." 그 말을 들은 다른 자매는 동의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지요. "나는 몇 시간씩 몸으로 일하는 봉사를 해도 괜찮은데, 전화로 이 야기만 들어주는 게 그렇게 힘이 드나요? 자매님 몸이 무척 약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몸으로 일하는 것과 들어주는 것, 어느 쪽이 더 힘들까요? 전화야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들으면 되는데 힘들 게 뭐 있냐고 하는 이들 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듣기가 몸으로 일하기보 다 훨씬 더 힘이 듭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쉬워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몸으로 하는 일과 듣는 일은 신경을 쓰는 정고가 다릅니다. 몸으로 하는 봉사는 마음의 힘을 쓸 일 없이 그저 나만 잘하면 됩니다. 하지만 들어주는 일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공감해주는 일입니다. 참으로 신경이 쓰이고 마음과 육신의 힘을 동시에 써야 하는 일이죠.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고, 나와 관계된 이야기도 아닌 다른 사람의 고 민과 푸념, 하소연을 듣는 데는 상당한 인내와 체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상담가들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은 듣지 않습 니다. 상담을 하다가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그 렇게 하지 않으면 체력이 견디질 못합니다. 저도 상담을 하다보면 몸 이 피곤하고 머리에는 쥐가 납니다. 그래서 산에 가서 머리를 털고 내려와야 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은 봉사 중에서도 가장 큰 봉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사랑은 잘 듣는 것'이라 해도 지나 치지 않지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려 해도 영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고민이 라면,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십시오. 사랑하는 감정이 없어도 우리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에로 스적인 사랑, 즉 이성에 대한 사랑에서는 감정이 중요합니다. 만약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데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그러나 신앙인의 차원에서 사랑할 때는 감정이 큰 문제가 되 지 않습니다. 애지중지하는 강아지가 병이 들었습니다. 주인은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반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도 아닙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병을 고쳐줍니다. 어느 쪽이 진짜 사랑일까요? 상대방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해줄 방법을 찾는 것이 더 깊 은 차원의 사랑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들어야 합니다. "진짜 사랑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만가만 들어주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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