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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엠마오로 가고 있는 우리는/신앙의 해[13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3 조회수459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에페소 성모 성당 내부

예수님의 제자가운데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고 있다.
말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지 달리 갈 곳이 없어서 마지못해 가는 길이다.
그 엠마오는 어디에 있는 마을이며 무엇으로 유명한 곳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따뜻한 동네로 인식되어 있을 뿐이다. 
 

두 제자가 예루살렘을 떠나 그곳 시골로 내려간다.
스승은 사형수로 몰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한마디 항변도 해 보지 못한 서글픔에 그들은 살던 곳을 떠나 그렇게 가고 있다.
인생무상이랄까, 삶의 서글픔이랄까, 그런 감정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스승은 나를 속였고, 나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렇게 두 제자는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탓하는 가운데
예수님을 원망하며 길을 걸었을 게다.

어느 신부님의 40일 동안 이냐시오 피정을 한 이야기를 읽었다.
피정을 거의 끝맺는 무렵, 신부님은 주님 부활을 묵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활하신 그분을 깊이 깨닫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나.
그러나 주님께서는 좀처럼 신부님의 마음을 열어 주시지 않으셨단다.
그야말로 절망에 빠져 마무리를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 몰두하셨다.

피정을 마치면서 엠마오로 함께 걸어갈 동료를 찾으려고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 보았지만 마땅히 마음에 와 닿는 사람이 없었던 게다.
그런데 함께 길을 걷자고 나서는 이가 계셨다.
그분이 바로 피정을 담당하시는 지도신부님이셨다.
두 분은 복음 속의 그 제자가 되어 엠마오로 향했지만
도착 때까지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도무지 나타나시지 않으셨단다.

결국 엠마오에 도착해서 주님 없이 두 분만이 빵을 나누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빵을 함께 나누던 그 지도 신부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앉아서 저에게 빵을 건네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신부님은 너무나 놀라고 감격스러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단다.
피정 내내 그토록 찾던 주님께서
바로 그의 영적 지도 신부님과 함께 저를 이끌고 계셨기에.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렇게 우리 인생길의 동반자 안에서 엠마오 여정을 재현해 주신다.
우리가 절망에 빠져 시름에 젖어들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의 이웃을 통하여 다가오시리라.
주님께서는 또한 내 삶을 빌려 또 누군가에게 부활하신 주님으로 다가가실 게다.
그러니 우리 인생길에서 만난 사람,
그 누구 한분이라도 결코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 현존하시기 때문이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걸었던 신앙의 길은 우리가 걷는 길이기도 하다.
주님 없이 사는 인생은 절망적인 삶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분을 모시지 않는 한, 주님은 언제나 낯선 이로 남아 계시리라.
그러면 지금 주님을 모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 마음 안으로 오실 게다.
우리가 빵을 떼어 나눌 때 그분을 형제들 안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체념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다. 누구라도 살다 보면 마음을 닫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래도 포기는 삶을 더욱 실망스럽게 만들 뿐임을.
이럴 때 우리는 엠마오의 그 제자들을 떠올리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바뀐 모습을.
  

많은 이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참모습을 주님의 식탁,
곧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찬의 전례를 통해 만날 수 있단다.
그럴게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미사 중에, 특별히 성체성사 안에서 체험한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은 과거의 그 역사적인 한 인물인 아닌,
지금 여기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시다.
 

우리도 그분의 현존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미사에 적극 참여하자.
영성체를 모시면서 그분 부활을 우리 몸 안에 받아들이자.
신앙의 해를 보내는 지금의 우리도
미움과 질투의 땅인 엠마오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그 나그네가 겪은 예수님 부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엠마오로 향하는 위선을 가진 믿음의 사람일 수도 있다.
영생을 누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우리의 발걸음을 지금 예루살렘으로 돌리자.
그곳에서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
그 만남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본당 미사에 적극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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