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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 것과 하느님의 것/신앙의 해[19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4 조회수459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단내] 성가정 광장 5위 성인 순교비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은 예수님께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게 합당한지를
물었다. 이에 예수님은 ‘황제의 것은 그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라고 대답하셨다. 이를 잘못 들으면, 정치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기고
신앙 문제만 종교인은 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될 게다. 그러나 이어지는
예수님의 뜻을 눈여겨들어야 한다. 예수님은 데나리온 한 닢을 보시며
그들에게 물으신다.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이에 그들은 ‘황제의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대답이 과연 맞는 것이었을까?

식민지 백성에 대한 세금 징수는 점령국의 표지이다. 그런데 바리사이는 세금 납부를
거절했지만, 헤로데 당원들은 자진 납부했단다. 그러나 이들은 한통속이 되어
세금 문제로 예수님께 시비를 건다. 다분히 정치적 속셈이 깔려 있다.
만일 예수님이 세금을 바쳐야 한다면 그 백성은 신뢰할 수 없을 게고,
바치지 말아야 한다면 로마 황제를 모독하게 될 터이니.

그러면 황제의 창조자는? 그에게 생명을 준 이는 누구일까? 바로 세상 모든 걸
관장하시는 하느님이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것이 아닌 황제만의 것이란 게 없다.
황제의 것 또한 하느님의 것이니까. 예수님은 이 질문으로 세상에는
하느님께 속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지난 군부 독재 시절에 두루 요직을 차지했던 어떤 유명한 정치인이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자, ‘성경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로, 하느님의 것만 하느님께 돌려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종교인들은 제대로 믿지도 않으면서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라며 가톨릭 사제들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백성의 고단한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행위일 게다. 
 

하느님은 세금보다는 당신의 백성을 귀히 여기신다. 돈은 황제의 것이지만,
백성은 하느님께 속하기에. 세금은 공동선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불의한 세금 징수도 나쁘지만, 백성을 세금 걷는 대상으로만 삼는 건 더 나쁘다.
사람은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은 귀한 존재이기에.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돈과 물질에 몸과 마음을 빼앗긴 채 사는 이가 너무 많다.
그러한 삶이 길어지면 영혼은 마비될 게다. 나중에는 돈 없으면 죽는단다.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죽었다나.
그러나 우리는 돈과 물질도 하느님께서 함께 주시는 선물이라 여겨야 되리라.
 

사실 옛날에는 화폐는 왕권의 상징이었다. 어느 임금이든 집권하면 돈에 자신의
얼굴을 새기게 했다. 그러니 임금의 얼굴이 새겨진 돈은 분명 그의 권위를 드러낼
게다. 예수님은 그것을 인정하시면서도 하느님의 모습이 새겨진 것도 있으니 잊지
말라신다. 돈에 임금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면, 사람의 몸에는 그의 영혼이 새겨져
있단다. 그게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다. 세상 문제는 국가법을 따라야지만, 영혼의
문제는 하느님 법을 따라야 한단다.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그 가르침이다.

최근 우리 교회는 사회 교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한다.
그런데 많은 이가 교회가 사회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건 옳지 않단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부조리, 불평등, 억압, 폭력, 인권 유린 등 수많은 문제에서
하느님이 마음 쓰지 않으시는 게 어디 있을까? 모든 게 그분께 속한 거라면,
그 모든 게 그분 뜻에 따라 해결되도록 교회가 앞장서는 게 어쩜 당연하다.
그게 바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수행해야 할 사명이니까. 
 

세상 지도자의 것은 가득한데 하느님의 것은 보이지 않는 게 아닌지,
물질적 바람만 일지 은총에 대한 기대는 적은 게 아닌지, 세상일엔 적극적이면서
교회 일은 말만 앞세우고 건 아닌지를 각자가 곰곰이 돌아볼 일이리라.
예수님은 황제의 것에도 하느님의 것에도 다 충실하라고 이르셨다.
결국은 다 그분의 것이니까.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어떤 게
하느님을 향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믿음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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