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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6/17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7 조회수530 추천수7 반대(0) 신고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6월17일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마태오5,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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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로 살라 하신다.
우리의 감각으로 볼 때, 극단적인 바보로 살라는 말씀처럼 들린다.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에 대한 존엄성도 자존심도 모두 뭉개버리고 그저 당하면서 살라는 말씀처럼 들린다.

먼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는 구약의 방식을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이라고 한다.
이는 복수를 하라는 것에 그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당한 만큼만 갚고 그 이상의 비극으로 치닫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구약의 방식이 더 그럴 듯 하고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께서는 일체의 복수를 금지시키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더욱 당해주라는 듯한 말씀을 하신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정의(正義)란 무엇일까?
옳고 그름 따지지 말고 그저 내어주고 양보하는 것만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일까?

말이 길어지니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

신앙의 원칙은 간단하다.
세속적 기준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준은 복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바보소리를 들을지언정 악을 악으로 갚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복음의 가르침이다.
그 이유는 이 세상을 지나가는 세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이 약속된 세상이 우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덧없음에 목을 매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선하게 살라는 이야기다.
늘 져주는 것에 익숙한 바보처럼 살라는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바보스러움만이 세상을 사랑과 정의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믿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극악무도한 살인자조차 사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아무리 불편한 상황이라도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예수님께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바보처럼 살다가 가셨다.
하느님께서 바보처럼 인간에게 당하시고 죽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사랑 없는 정의를 부정하신 분이시다.
그 정의는 바보 같은 자기 희생 없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용서하라는 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가 용서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그분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우리는 이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살다가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바보가 되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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