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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색깔로 성모님을 연상케 하는 꽃들, 수레국화 · 잔대 · 선애기별꽃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3 조회수8,891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색깔로 성모님을 연상케 하는 꽃들, 수레국화 · 잔대 · 선애기별꽃

 

 

성모 마리아를 나타내는 색은 주로 파란 색이다. 그런 점에서 꽃들 중에서도 파란 색을 지닌 꽃들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성모님과 관련된 이름으로 불려 왔다. 수레국화, 잔대, 선애기별꽃도 그러한 꽃들이다.

 

 

‘성모님의 왕관’이라 불린 수레국화

 

우리말 이름이 ‘수레국화’인 국화과 수레국화속의 한해살이풀은 서양에서 흔히 ‘학사의 단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또한 콘플라워(Cornflower)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예전에 밀, 보리, 호밀, 귀리와 같이 이삭이 달리는 작물들, 통칭하여 콘(corn)이라 부르는 작물들 사이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풀이었기에 생긴 이름이다. 유럽 동부와 남부의 농민들은 이 식물을 잡초로 여겨서 보이는 대로 제거하기에 바빴다. 결국 이 식물은 과다한 제초제 사용으로 본래의 서식지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여러 지역에서는 관상용 식물로 재배된다.

 

수레국화는 키가 40~90cm까지 자라며, 자연 상태에서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대 끝에서 대개는 짙은 파란색 꽃을 피운다. 더러는 분홍색과 자주색 꽃도 있다. 꽃의 파란색 색소는 프로토시아닌(protocyanin)인데, 이 색소가 장미에서는 빨간색으로 나타난다.

 

이 식물이 비록 농민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했으나, 한편으로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많은 사랑과 인기를 누렸다. 사랑에 빠진 젊은 남성들이 이 꽃으로 사랑의 성패를 점치는 풍습도 있었다. 이를테면 한 남성이 지닌 수레국화가 이내 시들어버리면 그의 사랑은 그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표시로 여긴 것이다. 또한 파란색 수레국화는 20세기 초부터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등지에서 사회 해방의 상징이 되었고, 그 뒤로 이들 나라의 나라꽃 또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이보다 앞서 파란색 수레국화는 범(汎)독일 국가들의 국가 상징들 중 하나였다. 프로이센의 루이제 여왕이 베를린을 탈출하여 나폴레옹의 군대에게 쫓기던 중에 자녀들을 수레국화가 자라는 밭에 숨겼다고 한다. 아이들은 숨어서 자기들의 땅을 지켜 주고 왕국을 위해 싸우는 프로이센 국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수레국화 꽃들을 꺾어서 화관을 만들었는데, 이에 몰두하느라 소리를 내지 않은 덕분에 모두 무사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레국화는 프로이센, 독일, 오스트리아의 상징이 되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최근에 에델바이스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1백 년 전쯤에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의 왕이던 투탕카멘의 지하 묘지를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그곳에 약 3500년 전에 수레국화꽃으로 만든, 그때까지도 손상되지 않은 채인 화관이 있었던 것이다.

 

투탕카멘 왕의 일화에 앞서, 그리스 신화에도 수레국화는 등장한다. 반인반마(半人半馬) 종족인 켄타우로스 족의 한 사람으로 의술, 궁술, 예술에 능한데다 예언 능력까지 지닌 현자로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숱한 영웅들을 가르친 스승인 케이론이 히드라의 맹독을 바른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맞았으나, 수레국화의 강력한 즙으로 치유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꽃은 ‘보호’와 ‘치유’를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다. 그 꽃잎을 끓는 물에 담가 우린 것을 사람의 눈꺼풀에 바르면 숨을 헐떡이는 증세와 피부나 점막이 빨개지는 발적 증세를 완화하거나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수레국화의 꽃을 보면서 성모님께서 쓰시는 왕관을 연상했다. 그래서 아예 ‘성모님의 왕관’(Mary’s Crown)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성모님의 종(鐘)’이라 불린 잔대

 

흔히 잔대라는 이름이나 사삼(沙蔘)이라는 약명으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친숙한 초롱꽃과 잔대속 식물이 있다.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이용되는 여러해살이풀인 이 식물은 약 50여 종이나 되는데, 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두터운 다육질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곧게 자라고, 이 줄기에 종 모양, 깔때기 모양, 관 모양에 끝이 5개로 갈라진 꽃이 달려서 아래를 향해 핀다. 꽃의 색은 대부분 파란색이다.

 

이 식물은 서양에서는 캄파눌라(Campanula)라고 불리는데, 이는 ‘작은 종’이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또는 꽃의 생김새가 종(鐘)처럼 생겼다고 해서 ‘종꽃’(Bellflower)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의 거울’(Venus’s-looking-glass)이고 불리기도 한다.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것만을 비춰주는 마법의 거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거울을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거울이 가난한 소년 목동의 눈에 띄었다. 목동은 자기가 주운 거울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이미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비너스는 큐피드를 보내어 그 거울을 가져오게 했다. 돌려주기를 거부하는 목동을 보고 다급해진 큐피드가 목동의 손을 쳤다. 그 순간 거울은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떨어진 곳마다 아름다운 캄파눌라가 돋아나와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종 모양으로 생긴 이 꽃을 보고는 ‘성모님의 종’(Lady Bell)이라고 이름 지어 불렀다.

 

 

‘성모님의 눈’이라 불린 선애기별꽃

 

선애기별꽃은 캐나다 동부와 미국 동부 등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꼭두서닛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식물은 우리말로 푸른삼백초라고 불리기도 하고, ‘산지에서 파란 꽃을 피우는 식물’임을 뜻하는 ‘마운틴 블루잇’(Mountain Bluets), ‘하늘빛 파란 꽃’이란 뜻의 ‘애주어 블루잇’(Azure Bluet), 꽃의 모양이 퀘이커 여성 신도들이 쓰던 모자와 비슷하게 생겼다거나 또는 꽃의 옅은 색깔이 퀘이커 여성 신도들이 흔히 입는 드레스 차림에서 드리우는 그늘의 색과 비슷하다 해서 붙였다는 ‘퀘이커 여성신도들’(Quaker ladies)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식물은 그늘진 곳의 축축한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며, 20cm 정도 높이로 자란 줄기에서 한 줄기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운다. 꽃의 색은 흰색이나 분홍색도 있지만, 대개는 단아한 느낌의 파란 색이다. 그리고 지름 1cm 정도 크기로 노란색인 꽃의 중심부는 앙증맞은 느낌을 준다. 꽃잎은 4개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꽃을 보면서 성모님의 눈동자를 연상했나 보다. 그리하여 ‘성모님의 눈’(Madonna’s Eyes)이라고 불렀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5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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