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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식물들, 부겐빌레아와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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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08 조회수275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식물들, 부겐빌레아와 클로버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세 위로 계신다. 한 분 하느님이 세 위격으로 존재하시고 역사하시는데, 여기에는 먼저와 나중의 구별도, 높고 낮음의 차이도 없다.’ 삼위일체 교의는 신비하고 어려운 계시진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교의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도 고심해 왔다. 그러했음에도 아직까지는 고작 자신이 경험하는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거나 유추하여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자취를 식물 세계에서도 볼 수 있다.

 

 

부겐빌레아

 

부겐빌레아(Bougainvillea)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열대 식물로 분꽃과 덩굴성 관목이다. 더운 지방에서는 이 식물을 길가나 옥상, 울타리나 그늘막에 등나무처럼 올려서 가꾸고, 우리나라에서는 관상용으로 온실에서 재배한다. 연중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은 곳에서는 늘푸른식물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긴 지역에서는 낙엽이 지기도 한다. 덩굴 줄기에는 가시가 나 있고,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서 보거나 마치 종이로 만든 것 같은 꽃을 피운다. 얇고 섬세한 꽃이 특이해서 영어로는 아예 ‘종이꽃’(Paper Flowe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얼핏 꽃으로 보이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꽃이 아니라 화포(花苞, 꽃턱잎), 즉 꽃대나 꽃자루의 밑을 바치는 비늘 모양의 잎이다. 이 화포의 중앙 안쪽 아래 지점에서 3-4개의 기다란 꽃부리가 나오고 그 끝에서 작은 꽃이 쟁반 모양으로 활짝 핀다. 화포의 색깔이 자주색, 붉은색, 연분홍색, 홍자색, 흰색, 오렌지색 등으로 다채로운 데 비해, 기름한 꽃부리는 주로 녹색이거나 붉은색이고 꽃은 대부분 흰색을 띤 연녹색으로 다소 단조로운 편이다.

 

이 식물을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프랑스의 식물학자 필리베르 코메르송(Philibert Commerçon)과 그의 조수이자 연인인 잔느 바레(Jeanne Baré)이다. 두 사람은 해군 제독 부갱빌(Bougainville)이 이끄는 세계일주 항해에 동행했다가 이 식물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이름은 발견자가 아니라 그들을 배에 태워 준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리고 발견자인 잔느 바레는, 여성이 배에 타는 것이 허용되지 않던 당시의 관습 때문에 남자로 위장하고 배에 오른 덕분에 세계를 일주한 첫 여성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부겐빌레아는 독특한 생김새와 밝은 색 화포들로 해서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어떤 문화권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또 어떤 곳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 사이에 더욱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꽃으로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괌, 타이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국, 중국, 오키나와 등지의 특정 도시들에서는 그 도시의 상징 꽃으로, 그레나다에서는 나라꽃으로서 사랑받는다.

 

한편, 화포가 3개인 것을 눈여겨본 그리스도인들은 부겐빌레아가 삼위일체를 표상하는 식물이라고 여겼다.

 

 

클로버

 

삼엽형 식물(trefoil, 잎이나 꽃이 하나이되 세 갈래의 형태를 띠는 식물) 중 하나인 클로버는 콩과(Fabaceae) 토끼풀속(Trifolium) 식물들을 일컫는 일반적인 이름이다. 클로버는 유럽 원산으로 북반구 온대 지역에서 아주 다양하게 분포하며, 또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열대 지역 고산 지대에서도 발견된다. 이 식물은 초본식물로서 품종이 다양해서 1년생도 있고, 2년생도 있으며, 수명이 길지 않은 다년생도 있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는 종류도 있고 겨울이면 잎이 마르는 종류도 있다. 잎은 대체로 세 갈래인데, 더러는 4개, 5개, 그 이상인 경우도 있다. 흰색, 노랑색, 빨강색, 보라색 등의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은 야생으로 곳곳에서 잘 자라고, 사료용으로나 퇴비용으로 재배되기도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이 식물을 샴로크(Shamrock)라고 부른다(학자들에 따라서는 샴로크를 클로버와 다른 종류로, 즉 같은 삼엽형 식물로서 클로버를 연상시키는 괭이밥속(Oxalis)의 식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샴로크를 매우 상징적이고 국가적, 국민적인 식물로 여긴다. 이렇게 샴로크가 아일랜드에서 중요한 식물이 된 곡절의 중심에는 성 파트리치오가 자리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성인이 클로버 잎을 이용해서 삼위일체 교의를 설명했다고 한다.

 

성 파트리치오는 5세기에 아일랜드에 복음을 선포한 선교사이다. 아일랜드에서 복음을 전하던 성인은 그곳 토착 종교의 사제들에 의해 왕에게 끌려갔고, 왕 앞에서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교의를 설명하게 되었다. 그때 성인은 주변에 지천으로 자라던 클로버의 잎을 따서 보이면서, 그 잎이 하나이지만 3갈래로 되어 있는 것처럼 하느님은 한 분이시되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세 위로 존재하신다고 설명했다. 쉽게 이를 알아들은 왕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파트리치오 성인에 얽힌 설화에 모든 아일랜드 사람들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세 때 아일랜드의 무덤들에서, 그리고 성 파트리치오의 돈으로 알려져 있는 오래된 동전들에서 클로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클로버에는 신비스런 능력이 있다고, 가령 평소에는 땅 위에 붙어 있다시피 한 잎들이 곧추 설 때는 닥쳐올 폭풍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속설이 생겨났다. 또한 뱀이나 전갈에게 물린 곳을 낫게 해준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어떤 이는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클로버를 가져왔다고도 말한다.

 

한편, 네잎 클로버는 믿음, 희망, 사랑 그리고 행복을 상징하고, 이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행운이 깃들인다는 속설도 있다. 특히 6월24일 또는 그 전날 밤에 찾아낸 네잎클로버에는 악마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오엽 클로버는 금전상의 행운을, 육엽 클로버는 지위와 명예를 손에 넣는 행운을, 칠엽 클로버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클로버는 교회 안에서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다. 그리고 성 파트리치오가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고 추앙되면서부터는 성인을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다. 나아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다. 그리하여 아일랜드에서는 성 파트리치오 축일인 3월17일을 공휴일로 지내고, 사람들은 이날 옷이나 모자를 클로버로 장식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6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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