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름다운 귀향(歸鄕) - 2013.9.19 목요일 한가위,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19 조회수454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9.19 목요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요한 묵14,13-16 루카12,15-21

 

.

아름다운 귀향(歸鄕)

.

오늘은 ‘아름다운 귀향’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추석입니다.

고향을 찾는 마음은 바로 뿌리를 찾는 마음입니다.

얼마 전 뜻밖에 초등학교 동무들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이니 무려 52년 만에 만난 동무들이었습니다.

꼭 옛 고향이 저를 찾아 준 기분이었습니다.

나이들은 먹어 6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마음은 그대로 옛 순박한 동심이었습니다.

오랜 만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나눈 참 넉넉하고 편안했던 귀향의 체험이었습니다.

.

이런 고향이 상징하는바 우리의 본향인 하느님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은 하느님 고향을 찾아가는 귀향의 여정입니다.

.

얼마 전

두 젊은 수도형제들이 아침 미사가 끝나자마자 환한 얼굴로 강복을 청했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젊은 형제들이였습니다.

.

‘아, 인생 휴가를 끝내고 죽어 하느님 고향 집으로 갈 때도

저렇게 환한 얼굴,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으면 참 좋겠다.’

.

순간 떠오른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귀향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 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란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

쏜 살같이 흐르는, 강물 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아무도 세월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살아갈수록 하느님 고향집으로의 귀향의 죽음도 가까워집니다.

.

과연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 중에 있는 지요.

과연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귀향의 죽음이 될 수 있을 런지요.

아름다운 귀향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

첫째, 모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

이래야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그 생명은 재산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생명의 보장이 되지 못합니다.

.

모든 재앙의 진원지가 탐욕입니다.

탐욕, 탐식, 탐애 등 분수를 지나친 욕심입니다.

.

죽음에로 이르는 지름길이 탐욕입니다.

탐욕과 더불어 서서히 망가지고 무너져가는 영혼과 육신입니다.

탐욕으로 패가망신한 이들, 생명을 잃은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

눈멀게 하는 탐욕이요 자기 감옥에 갇히게 하는 탐욕입니다.

탐욕의 어리석음이요 무욕의 지혜입니다.

.

하늘과 땅 사이를, 하느님과 이웃 사이를 완전 불통케 하는 탐욕입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가 바로 그 좋은 본보기이며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

많은 소출을 거둔 어리석은 부자의 독백을 들어보십시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도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마시며 즐겨라.’

.

이 자체만으로는 뭐가 죄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손으로 힘껏 벌어들인 재산 내 마음대로 쓰는 게 뭐가 죄란 말입니까.

사실 이런 부자들 오늘날도 얼마나 많은지요.

.

그러나 고립단절이 바로 죄이자 지옥입니다.

바로 이 부자가 그러했습니다.

위로 하느님과 단절됐고, 옆으로는 이웃과 단절됐습니다.

바로 이런 고립단절이 죄입니다.

탐욕으로 완전히 자기 안에 갇힌 모습입니다.

.

얼마 전 바둑 해설을 보며 메모해 둔 구절입니다.

‘연결은 힘의 원천이다.

연결이 끊어져 혼자가 되면 제 아무리 강한 존재도 부평초처럼 무력해 진다.’

하느님과 이웃과의 연결이 끊겨 고립 단절된 이 부자는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

둘째, 늘 하느님을 기억하십시오.

.

이래야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입니다.

탐욕의 치유에 이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

땅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하늘을, 하늘의 별을 거의 볼 수 없듯이,

하느님을 그렇게 잊고 사는 경우도 대부분일 것입니다.

.

하느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 집으로의 귀향의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

하느님을 기억할 때, 죽음을 기억할 때

저절로 회개요 탐욕의 환상도 서서히 걷힙니다.

이런 부단한 회개가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을 이루어 줍니다.

바로 오늘 2독서 요한 묵시록이 하느님의 심판을, 우리의 죽음을 환기시킵니다.

.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을 살다가

하느님 고향집에 들어간 이들의 행복을 증언하는 요한입니다.

이어 환시 중에 본 임박한 심판을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

천사의 요청에 주님은 땅 위로 낫을 휘두르시어 땅의 곡식을 수확하십니다.

이 또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인생가을 죽음의 때가 되면 하느님은 우리를 수확하실 것입니다.

.

과연 잘 익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인지요.

탐스럽게 잘 익자 수확되어 제단에 봉헌된 이 가을 열매들처럼

우리들의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의 열매들도 역시 주님 앞에 봉헌하게 될 것입니다.

.

오늘 복음의 자비하신 하느님은

어리석은 부자에게 마지막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어리석은 부자입니다.

어리석은 부자는 물론 오늘날 탐욕에 빠진 모든 이들을 향해

회개를 촉구하는 주님의 말씀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

셋째, 하늘에 보물을 쌓으십시오.

.

이래야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입니다.

어리석은 부자처럼 땅에 보물을 쌓지 말고 하늘에 보물을 쌓으십시오.

이런 이들이 진정 하느님 앞에 부유한 부자들입니다.

.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삶입니다.

.

이 거룩한 미사시간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시간입니다.

믿음, 희망, 사랑의 보물을 저축해두는 시간입니다.

.

어리석은 부자에게는 바로 이 하느님 향한 찬미와 감사가 없었습니다.

하느님과 완전 불통의 단절된 삶이었습니다.

.

하느님 향해 활짝 하늘 문을 내는, 하늘 길을 트는 찬미와 감사입니다.

.

요엘 예언자 역시

영적 시온의 자손들인 우리 모두를 향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라 촉구합니다.

.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

이렇게 하늘에 보물을 쌓는 찬미와 감사의 삶 자체가 축복이요

우리를 진정 행복한 부자로 만듭니다.

여기서 샘솟는 기쁨이요 평화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은총입니다.

.

나눔과 섬김 또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도반들 없이 혼자서 절대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은 불가능합니다.

도반들과 나눔과 섬김의 삶을 통한 아름다움 귀향의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는

찬미와 감사와 더불어 나눔과 섬김이 통째로 빠져있음을 봅니다.

완전 고립단절의 닫힌 삶, 바로 이게 지옥입니다.

.

얼마 전 바둑 기보 해설 중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바둑의 이치에서 삶의 이치를 배웁니다.

.

‘잘 둔 바둑을 보면 그 한 수 한 수 효율적인 어울림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고수의 돌 하나하나는 그 존재감이 바위와 같다.’

.

‘삶의 고수들’인 성인들에게도 그대로 통하는 대목입니다.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에 항구할 때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

주님은

오늘 추석 미사를 통해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에 대한 귀한 지침을 주셨습니다.

1.모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2.늘 하느님을 기억하십시오.

3.하늘에 보물을 쌓으십시오.

.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아름다운 귀향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