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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변화의 불을 지펴 평화를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20 조회수1,042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믿음은 도전이다. 이제까지 확신하고 살아온 세속적 가치들에 맞서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상에 대한 선택이니까. 내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겸허함일 터이니. 내가 생각하고 식별해 낼 수 있는 지식의 양보다 내가 모르고 살아온 하느님 지혜의 엄청난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깨닫게 되는 회심이기에. 이 모든 일은 내 아집과 편견에 대한 도전이고, 동시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리라.

 

세상은 복잡해져 그만큼 사는 게 다양해졌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이도 많아 혼자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생활은 분명 예전 같지 않다. 모임과 단체가 많고 의무 사항도 늘어 가끔은 이게 정말 해야 할 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본질이 아닌 포장만이 요란하기도 하다. 알맹이가 빈약하기 때문인가? 그래서 당연히 평화와 기쁨을 주지 못하고 권태와 불안에 휘말릴 뿐이다. 이럴 때는 돌아서야 할 게다. ‘어둡고 습한 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굳이? 미련과 망설임은 서서히 불태워야 하리라.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49-51) 주님은 분명 불을 지르러 오셨단다. 불은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리라. 타오르는 불은 주님과 세상의 것을 걸러 낼 게다. 주님을 따르는 이는 세상에 대해서는 죽고, 주님 품에서는 영영 산다. 주님의 이름으로 받은 게 곧 불의 세례이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걸림돌처럼 보이는 말씀을 던지신다. 그분의 위로와 치유에 목마른 우리에게 오히려 이 세상에 불을 지르겠단다. 세상의 분열과 갈등, 주위 사람들과의 반목에 지친 이 한순간을 화해로 이끌어 주시기를 바라는 우리에게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니 이게 어인 말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하며 자문해 보자. 과연 내 안에서 타올라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혹시 평화와 평온이라는 명목으로 스스로의 삶을 무덤처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순간이라도 불꽃처럼 살아 본 적이 있는지? 교회와 세상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시간과 정열을 바쳐 본 적은? 누군가를 위해서, 그것이 단 한 사람일지라도 온전히 나를 내어 주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정말 있는지? 가슴이 아니라 눈에만 불을 켜고, 그것도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허무할까? 자신과 우리 모두를 삼키는 하느님 사랑의 불꽃, 인생에서 단 한 순간만이라도 이런 불꽃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지상에서 하느님과 하나 된 그분 영광 드러냄의 순간일 게다.


믿음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행동이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좋은 쪽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희망이다. 필요한 모임이라도 이 사실을 방해한다면 접어야 한다. 중요한 이라도 그분 사랑에 방해자로 걸림돌이라면 눈 딱 감고 달리 처신하자. 예수님은 가족도 엄밀히 말해 박해자가 될 수 있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렇다. 그 불은 분명 변화의 불이다.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닌 내가 바뀌는내면에 자리한 변화이다. 그리하여 바뀐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게다.

 

사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도 누구나 가족에 대해선 그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통하는 혈육의 정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걸 승화하라신다. 되레 그게 주님께로 가는 데 방해가 되니, 그리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그러기에 맞서라는 거다. 싸우고 투쟁하라는 건 아니다. 변화의 불을 지펴 집착의 끈을 놓으라는 말씀이다. 그리하여 그 불로 평화를 찾으라신다. 그게 당신 사랑이라신다.

 

불은 이기심과 무사안일을 태우고 정화시킨다. 그리고 사랑이 타오르게 만든다. 나의 삶을 무덤으로 만들고 있는 피상적 관계와 내적 공허함은 갈등이라는 위기와 마주치면서 비로소 큰 변화의 계기를 만나게 한다. 그러기에 불과 분열을 주시겠다는 것은 죽어 있는 가슴속의 갈망을 다시 샘솟게 하시리라는 약속일 게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참 생명을 체험하는 길을 예수님께서 열어 주시리라.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는 반드시 크고 작은 갈등과 어려움은 물론, 많은 시련과 인내, 충돌과 좌절, 급기야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힘과 마음을 넓혀 주실 터이니 쉽고 편안한 길만 선택하지 말라신다. 따라서 변화의 불을 지펴 평화를 지필 수 있도록 외롭고 고독한 길도 마다하지 않을 은총과 용기를 주시도록 이 시각 마음을 모아 기도드리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불,세례,평화,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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