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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2" 당신 여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때문입니다"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2 조회수1,299 추천수1 반대(0) 신고

루카 1,46-56(대림 42주 목)

 

 

 

오늘 <제1독서>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주님께 청을 드려 얻은 자식에 대한 감사의 예배요, <화답송>은 그 때 드린 한나의 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들은 “마리아의 노래”는 자비의 노래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크게 드러내는 노래입니다. 동시에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운명을 바꾼다는 노래입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찬미의 노래요, 또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혁명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서, 마리아는 당신 영혼이 주님 앞에서 용약하며 기뻐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내 마음이 내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당신 여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

 

 

 

마리아는 하느님께서는 작고 보잘것없고 비천함을 결코 무시하거나 거들떠보지 않으심을 노래합니다.아니, 오히려 그런 자리를 눈여겨보시고 다정하게 굽어보심을 노래합니다. 굽어보시는 그분을 관상한 것입니다.

 

나아가서, 하느님께서 그런 자리에 즐겨 들어오심을 노래합니다. 곧 그 작고 비천한 자리에 들어오시기 위해 당신보다 더욱 더 작아지고 보잘 것 없고 비천해지심을 노래합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자신보다 작은 주님을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작고 보잘것없는 자기 안에 들어오시기 위해, 자기보다 더 작아지신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기뻐 뛰놀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작고 비천함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인하기는커녕, 바로 그 작고 비천함이야말로 비로소 하느님을 만나게 해주는 유일한 자리요, 복된 자리임을 알아듣고 기뻐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을 알아보는 것이 마리아의 기쁨의 진원지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는 세상의 빛나고 높고 큰 자리, 곧 ‘중심(中心)’은 하느님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줍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하느님의 영광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에 버티고 앉은 인간의 영광만이 드러날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세상의 낮고 어둡고 보잘것없는 자리, 곧 ‘변방(邊方)’이야말로 하느님과 그분 영광의 자리라는 사실을 드러내줍니다.

 

 

 

그러니, 이 노래는 바로 그런 하느님의 현존을 우리 앞에 열어줍니다. 곧 당신 자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현존, 곧 당신 자신의 ‘크심’을 아낌없이 내려놓으시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고 허약한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십니다.

 

그것은 나보다 더 작은 모습으로 계신 하느님이요.있는지도 없는지도 그 존재를 잘 알아차릴 수도 없을 만큼, 마치 아무것도 아닌 자의 모습으로 계시는 분으로서의 현존입니다.

 

이런 분과 진정으로 만나면, 그것은 진정 크나큰 은총이요 기쁨입니다. 내가 뭔가가 되거나 뭔가를 이루어 내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어도 되는, 그저 충만한 기쁨입니다.

 

이는 결국, 자신보다 작아진 주님을 만나는 데서 오는 기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들보다 작아진 주님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가?

 

나보다 작은 하느님을 만난 적이 있는가?

 

 

 

그것은 참으로 거룩한 사랑의 체험일 것입니다. 하느님이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는 까닭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는 우리 앞에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오시는 않을 수가 없으실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사람은 곧 자신보다 작아진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진정 자신이 누군가의 앞에서 그렇게 작아져 본 적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서 그토록 작아진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진정 사랑해 본 이라면, 곧 사랑한 이 앞에서 작은 자가 되어 본 이라면, 자신 앞에 사랑으로 작아진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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