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5.9 화/ 사랑의 인식 속에 주님을 따르는 생명의 순례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8 조회수6,154 추천수5 반대(0) 신고




   부활 4주 화, 요한 10,22-30(17.5.9)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Feast of the dedication






사랑의 인식 속에 주님을 따르는 생명의 순례

 

때는 겨울, 유다인들의 삶의 뿌리를 회상케 해주는 성전 봉헌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10,22).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며 돌로 쳐 죽이려 합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이런 긴박하고 싸늘한 상황에서도, 예루살렘 성전 솔로몬 주랑을 거니십니다(10,23). 매서운 겨울 동풍을 막아주는 성전 주랑은 인간의 살의(殺意)를 무력하게 하는 주님의 팔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인간의 죽음의 손길을 아랑곳하지 않으시는 예수님께서는, 유유히 악과 불의의 한복판을 걷고 계십니다. 그러자 유다인들은 속이 타서,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10,24) 하고 예수님께 요구합니다. 사실 그들은 이미 예수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고, ‘생명의 빵’이며,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음’을 말씀하였으나 믿지 않았습니다(10,26).

그뿐 아니라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이미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표징을 보여주셨음에도 믿지 않습니다(10,25-26). 결국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을 보여주는 행적도, 모두 믿지 않은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질문을 던진 것은,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예수님을 부인하여 죽이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 속한 양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은 물론 사랑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말의 사랑도 없었던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보지 못했고, 알아보지 못했기에 그분을 따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르기는커녕 거부하고 죽이려 든 것이지요.

한편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분을 믿고 사랑했기에,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을 따릅니다(10,27). 그 결과 제자들은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받게 되고, 주님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10,28). 예수님은 아버지와 하나이시기에, 그분을 사랑하고 따르는 이들은 그 어떤 위험이나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아버지의 보호를 아래 있게 됩니다(10,29-30).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 나타난 유다인의 태도와 제자들의 태도는 이미 우리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왜 우리는 남을 미워하고, 탐욕을 부리며, 불의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못 볼까요? 그럴 때 유다인들과 같은 심보와 불신이 꿈틀거리기 때문이겠지요. 왜 교만하게 처신할까요? 하느님을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은 채 자신을 중심에 두는 유다인의 습성에 끌려가기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믿음과 사랑으로 그분을 받아들여 그분 안에 머물 때, 온갖 위험과 고통,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내 영혼이 어둡고 고통스러워도, 세상 불의가 극성을 부려도, 그 모든 것에도 꿈쩍 않으시는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의 품으로 달려가야겠습니다. 그 안에서 주님 친히 지펴주시는 사랑의 모닥불에, 생각과 마음을 녹여 영으로 새롭게 태어나 그분과 동화되어야겠지요.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바로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한 겨울 찬바람이 부는 솔로몬 주랑과 같습니다. 내 마음과 처지도 그럴 때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신앙공동체도, 이 사회도 하느님을 망각하고 사랑이 식어버린 동굴 속에서 죽음을 향해가는 순간의 연속일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사랑으로 그분을 따라 영원한 생명의 순례를 떠나는 행복한 우리였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