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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6. 첫 순교자-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6 조회수1,320 추천수1 반대(0) 신고

 

마태 10, 17-22(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어제는 하느님의 지상탄생일이었습니다. 곧 천상 생명의 지상 탄생을 기념했습니다. 오늘은 교회의 첫 순교자 스테파노 축일입니다. 곧 지상 생명의 천상탄생을 기념합니다. 사실, 땅에 태어난 날이 아니라, 천상에 태어난 날이 진짜 생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 탄생 이야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탄생이 자기 비움이라는 일종의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도 타인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사실입니다.

구세주는 인간을 위하여 자신을 내놓으셨으며, 스테파노(인간)는 인간을 위하여 자신을 내놓으신 분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있는 하느님의 지상탄생 없이는 뒤에 있는 천상탄생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그분의 오심으로 얻어진 은총인 까닭입니다.

사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살았고, 예수님이 죽으신 것처럼 죽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을 위한 사랑의 순교로 죽으셨듯이, 스테파노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순교로 죽었습니다.

그는 죽어가면서 기도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주십시오.”(사도 6,59)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26)라고 기도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60)

 

자신을 체포한 이들에게 믿음이 없음을 무섭게 꾸짖을 만큼 열정에 불탔던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을 위해서도 불타는 사랑으로 기도했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자신을 못 박는 이들을 위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카 23,34) 하고 기도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스테파노는 자신을 위해서는 서서 기도했지만, 원수들을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사도 7,60 참조). 그는 자기를 죽이려는 이들을 위해 죽음으로써, 그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사랑에 하늘이 열리고(사도 7,56), 하늘은 그를 받아들여 사랑의 순교자로 삼으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는 비록 목숨 바쳐 순교할 기회는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과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 그것이 바로 순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순교는 믿고 있는 자신을 증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분을 증거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테파노는 자신의 죽음으로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 순간, 하늘이 열리고, 사랑의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내거나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 오히려 자신 안에 품은 하느님의 사랑을 퍼 올리면, 우리 안에서 열리는 하늘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이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미움이나 배척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미움과 배척을 통하여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곧 미움과 박해를 벗어나게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보호해주고 지켜주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려움과 인내를 통하여, 구세주와 협력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신기하게도, 어려움과 인내에는 고통을 변화시켜 하느님과의 만남이 되게 하는 묘한 이법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늘을 열고 사랑의 순교를 할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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