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28.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8 조회수1,423 추천수1 반대(0) 신고

 

마태 2, 13-18(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지금 우리는 기쁨의 축제인, 성탄 8부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8부 축제를 시작하면서 탄생의 기쁨을 기념하는 축제에 이어, 곧바로 죽음의 고통을 기념하는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제는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죽음을, 오늘은 죄 없이 죽은 아기들의 죽음을, 기쁨의 축제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기 예수의 지상탄생의 기쁨과 동시에, 예수님의 죽음과 꼭 닮은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천상탄생의 기쁨을, 그리고 예수님보다 먼저 순교한, 훗날 예수님께서 꼭 닮게 될 무죄한 어린이들의 천상탄생의 기쁨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발생한 무죄한 아기들의 이 죽음은 참으로 알아듣기 힘든 일입니다. 비록 그들이 자신의 의지로 신앙을 고백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그리스도보다 먼저 목숨을 바친 첫 순교자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순교는 삼중의 순교라 할 수 있습니다. 무죄한 아기들의 순교요, 그 어머니들의 순교요, 동시에 마리아의 순교입니다. 곧 아기를 잃은 어머니들의 아픔마저 끌어안으셨던, 아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순교입니다. 또한 마리아는 또 다시 십자가의 아들의 순교와 함께 또 다시 순교를 당할 것입니다.

사실,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보다, 그 어머니들의 애끊는 통곡소리가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아기들의 고통과 죽음은 그들에게는 한 순간이고 고통의 끝이었겠지만, 그들을 잃은 어머니들에게는 그쳐지지 않는 애끊는 고통과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의 아기때문에 다른 죄 없는 아기들이 살육당하는 소식을 들은 마리아의 마음은 더더욱 찢어지고 아팠을 것입니다. 살인자 아닌 살인자가 되어버린 그의 심정은 죄 없이 죽은 모든 아기들의 어머니들의 아픔을 통째로 짊어지셔야만 했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자신의 아기를 희생시켜서라도 다른 많은 아기들을 살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토록, 죄 없는 아기들의 죽음에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했던 마리아는 때가 되면, 또 다시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가는 당신 아들의 죽음을 떠맡아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이토록, 죄 없으면서도 타인의 허물을 뒤집어써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가 봅니다. 이것은 참으로 진정한 사랑의 순교일 것입니다. 아기 예수도 훗날, 그렇게 타인의 허물을 뒤집어쓰고 사랑으로 순교를 당하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죄 없는 아기들의 죽음을 하잖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들이 싸우기도 전에 승리하도록 하시고, 곧바로 거룩한 삶을 누리도록 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죽은 죄 없는 아기들을 맨 먼저 그리스도를 증언한 첫 순교자들로 삼으십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죄 없이 죽은 아기들그 아기들의 어머니들아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인류 구원에 동참시키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슬픔을 넘어서, 하느님의 구속신비를 드러내는 기쁨의 축일이 됩니다.

 

한편, 마태오 복음사가는 헤로데가 자행한 이 죄 없는 아기들의 학살을 두고, 예레미아의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라마에서 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 2,18)

 

이는 예레미야가 아들을 잃은 야곱의 아내 라헬의 통곡을 들어 예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보다 앞서 있었던 일을 기억합니다. 파라오가 히브인들을 억압하면서 저질렀던 어린 사내아기들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사실, 파라오와 헤로데, 그들은 모두 자신을 지키고자 빛을 두려워한 이들입니다. 우리 안에도 이러한 완고함과 자기중심적인 폭력과 독선과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지 않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자신의 왕국의 지키기 위해 사랑의 왕국을 저버리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이유를 확고하고 분명하게 밝힙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2,14)

 

이는 하느님께서 베푸는 구원의 역사는 그 어떤 어둠에도 방해에도 아랑 곳 없이 반드시 이루지리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그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