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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반 집에 도착한 야곱[9]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5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0 조회수1,054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9. 라반 집에 도착한 야곱

 

야곱은 발걸음을 옮겨 동방인들의 땅으로 들어갔다. ‘동방을 뜻하는 히브리 말 케뎀을 지명으로 이해하여 케뎀 땅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 경우 케뎀은 이스라엘의 북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보인다. 그가 보니 들에 우물이 하나 있고, 양 떼 세 무리가 그 곁에 엎드려 있었다. 그것은 가축에게 물을 먹이는 우물인데, 그 우물 위에는 큰 돌이 덮여 있었다. 가축들이 그곳에 다 모이면 목자들은 우물에서 그 돌을 굴려 내어 양 떼에게 물을 먹인 다음, 그 돌을 다시 우물 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야곱이 그들에게 형제들, 그대들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자, 그들이 우리는 하란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가 또 나호르의 아들 라반을 알고 계십니까?” 하고 묻자, 그들이 압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야곱이 다시 그분은 잘 계십니까?” 하고 묻자, 그들이 잘 있습니다. 보십시오, 저기 그의 작은 딸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오는군요.” 하고 대답하였다.

 

여기에서도 성경 저자는 나호르의 아들 라반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실 나호르의 아들은 브투엘이다(24,24; 28,5). 그리고 라반의 아버지가 브투엘이다. 그러니까 라반은 나호르의 손자다. 따라서 이를 나호르의 아들 라반대신 나호르의 손자 라반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히브리 풍습으로는 아들, 손자, 후손이 모두 아들의 한 낱말로 나타낸다. 몇 대가 흘러가든 후손은 바로 조상과 직접 연결된다는 생각이 그 배경이란다. 따라서 후손은 모두 다 아들이 된다는 그들 특유의 족보를 일컫는 명칭을 지니고 있다.

 

그러자 야곱이 말하였다. “아직 한낮이라 짐승들을 모아들일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어서 가서 풀을 뜯게 하셔야지요.” 그들이 대답하였다. “여기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답니다. 가축들이 다 모여든 다음에야 우물에서 돌을 굴려 내고 양 떼에게 물을 먹이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건기가 많은 지역인지라 풍족하지 않은 물을 공평하게 서로 나누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야곱이 이렇게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왔다. 그는 양치는 여자였다. 야곱은 자기 외숙 라반의 딸 라헬과 외숙 라반의 양 떼를 보자, 다가가 우물에서 돌을 굴려 내고, 자기 외숙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였다. 그런 다음 그는 라헬에게 입을 맞추고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라헬에게 우리는 한 혈육인 친족이고 자기가 그녀의 고모 레베카의 아들임을 밝혔다.

 

이에 라헬은 막 달려가서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라반은 자기 누이의 아들 야곱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나가 그를 껴안고 입 맞추고는 만남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이처럼 우물가의 만남은 나름대로 사연이 중하고도 급한 모양이다. 지난번 아브람함의 종이 우물을 찾았을 때도 레베카는 뛰어가 오빠를 불러냈다(24,28-29). 이번에는 라헬이 달려가 아버지를 우물가로 불러냈다. 라반은 그때도 뛰었고 지금도 또 달렸다.

 

우물가의 만남은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때는 이사악과 레베카의 만남이 주선되었고 지금은 야곱과 라헬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 ’암양의 의미를 뜻하는 라헬은 몸매도 예쁘고 모습도 아름다웠다(29,17). 마흔이 훨씬 지난 노총각 야곱에게는 라헬이 딱 어울리는 신붓감이다. 더구나 야곱은 형을 피해 이곳으로 왔지만, 그래도 부모에게 허락받은 조건은 친족에서 신부를 구한다는 거였다.

 

아무튼 야곱과 라반, 외삼촌 라반과 조카 야곱의 하란에서의 삶은, 앞으로 어느 경우를 보더라도 많은 풍파를 일으킬 것만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뛰고 달리는 라반, 형에게 장자권을 빼앗고 아버지를 속이기까지 한 야곱, 이 두 사람의 여정이 사뭇 기대된다. 여기에 야곱과 함께하시겠다는 하느님의 숨은 계획이 이 둘을 어떻게 잘 이끄실지 자못 궁금하다. 야곱이 라반에게 자기의 지난 일을 모두 들려주자, 라반이 그에게 말하였다. “정녕 너는 내 골육이다.” 이리하여 야곱은 그 집에 한 달 동안 머물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0. 라반의 딸들과 결혼한 야곱‘/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케뎀,우물,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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