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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눈으로/내 믿음의 본보기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2 조회수1,127 추천수1 반대(0) 신고

 


내 믿음의 본보기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일람표를 만든다면

그 맨 앞에 올라갈 사람은

틀림없이 어머니일 것이다.

나는 부엌 창문을 통해 햇빛이

흘러 들어오고 어머니가 거기에 있기에

집 안에 있는 모든것이 안전하게만

보이던 어린 시절의 나날들을 회상한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고맙다는 말을 할 기회를

가졌기에 행복하다.

어머니는 내 인생에 개인적으로

깊이 기여한 것을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누군가 다른 사람

안에서 확인할 때까지는 그것의

가치도 추구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하느님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어머니의 단순하지만

굳건한 믿음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열에 들떠 속삭이듯 말하곤 하던

어머니의 긴 기도를 기억하고 있다.

하느님은 어머니의 중심이었으며

파란만장한 인생의 정점이었다.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심한 류머티스로

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던 어머니는 우리

이층에 있는 침실에서 기어 나와 천천히

고통스럽게 계단을 하나씩 내려왔다.

계단 밑바닥에서 나중에

어머니는 나에게 털어놓으셨다.

"아침기도를 잊은 것이

갑자기 생각이 났지, 뭐니."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의아한 얼굴로 어머니는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니?

나는 다시 계단을 기어올라가서

기도서를 꺼내어 기도를 드리고

다시 내려오는 길이란다."

어머니의 표정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니?"

어머니가 거의 임종이 가까운

그 무렵에 나는 어머니의

침대 옆에 앉아서 사제는 하나의

중개자라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사제는 거친 바다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갔다 건너왔다 하면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모셔다 주고 사람들을

하느님에게 데려다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또 내가 방금 그 다리를

건너오는 길인데 하느님이 주신

메시지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어머니, 하느님은 저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훌륭하고

믿음이 강한 사람인가를 얘기해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서

많은 아름다운 일들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수없이 많은 양말을

꿰매 주시고 우리의 상처에 수없이

많은 일회용 반창고를 붙여 주시고

학교에 갈 때 수천 개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자색 가방에 넣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제가 기억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어두운 한 밤중에 기도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제가 보지 않을 때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어머니가

그분의 이름으로 베푸신 조그만

친절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을 어머니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가 나의 장광설을

용서해 주시리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어머니는 자신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시지 않았다.

내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어머니는 침대에서 손을 내밀어

마치 내가 어린애였을 때

해주셨던 것처럼 내 머리를

끌어다가 다정하게 자신의

어깨에 갖다 대셨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할 수 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어린 아들을 사제로

만들어 주신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임종이 다가왔을 때,

어머니는 죽음도 자신을

두렵게 하지는 못한다고

말씀하셨으나 이렇게 덧붙이셨다.

"너도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지, ? 고통이란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침대 발치에

걸려 있는 예수님의 초상을,

어머니만이 지을 수 있는

독특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면서

더할 수 없이 순박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분께 부탁드렸다.

'예수님, 저에게 찾아오실 때는

제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살금살금 다가와서 부드럽게

입맞춰 주세요.' 하고."

10년 전에 어머니는

혼수상태에 들어갔다.

의사는 어머니가 잠든 사이에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나는 예수님을 올려다보면서

그분에게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 살금살금

다가오셔서 어머니에게

부드럽게 입맞춰 주셨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거절하실 수가 없으셨으니까요."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러나 우리의 어느 순간의

많은 모습은 우리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어머니에 관한 너무나도 많은 강력하고

고무적인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믿음의 눈으로

(존 파웰 지음 / 정성호 옮김)

- 성바오로 펴냄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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