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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헬의 몸종에게서 낳은 아들들[12]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5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3 조회수1,254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2. 라헬의 몸종에게서 낳은 아들들

 

라헬은 자기가 야곱에게 아이를 낳아 주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언니를 시샘하며 야곱에게 말하였다. 출가한 여자는 의당 그 집 가문의 대를 이어주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아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둘째 라헬은 받은 사랑만큼 아이를 갖지 못했다.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아내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죄의식에 빠져들곤 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향해 질투도 하고, 또 아껴주는 남편에게마저 원망이 들곤 하였다. “나도 아이를 갖게 해 주셔요. 그러지 않으시면 죽어 버리겠어요.” 이는 어쩌면 남편에 대한 당연한 호소일 수도.

 

이 짓궂은 원망에 야곱은 라헬에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임신을 허락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자리에라도 있다는 말이오?” 그녀에 대한 이런 야곱의 짜증도 어쩌면 당연할 수도. 라헬이 남편에게 너무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기에 그럴 법했다. 더구나 자녀를 갖는 일은 야곱의 생각대로 인간의 능력이 아닌,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기 때문에(시편 113,9), 아이가 없다고 남편에게 그 이유를 덮어씌우는 것은 야곱으로서는 천부당만부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야곱의 대꾸는 어쩌면 지혜로웠는지도. 하느님을 파는 것이 아닌, 사회 관습상 그런대로 통용되는 근거를 대었기에. 그리고 당신의 그 불임은 내 탓, 네 탓이 아닌, 그분의 뜻이 담겨있기에 시간을 두고 보면, 자연 해결될 것인 만큼 그리 염려치 말라는 위로의 뜻도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야곱은 이 투정을 라헬의 애교로 치부하고자 했다. 그리고 당신 곁에는 영원한 야곱이 있지 않으냐는 투이기도 했을 게다. 이렇게 그는 라헬을 달랬다.

 

그러자 라헬이 말하였다. 그녀는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을 이미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니는 벌써 야곱의 애를 낳았다. 당연히 질투와 조급함이 나타날 수밖에. 그래서 더 강한 자신감을 느끼고 야곱을 다그친다. “보셔요, 내 몸종 빌하가 있잖아요. 그 아이와 한자리에 드셔요. 빌하가 아기를 낳아 내 무릎에 안겨 준다면, 그의 몸을 빌려서나마 나도 아들을 얻을 수 있겠지요.” 라헬은 자신의 몸종이 아기를 안고 와, 주인의 무릎에 놓아 주는 일종의 입양 의식도 마다하지 않는 눈치다. 주인 마나님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경우 몸종의 몸을 빌려서라도 후손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관습에 대해서도 이미 고민했던 것 같다.

 

그녀의 이 대담한 발상은 시할머니 사라가 아브라함을 조르는 그 말과 어쩜 동일하다(16,2). 사라는 그래도 너무 늘그막이었다. 둘 다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젊은 몸종을 동원하는 비상 처방을 해서라도 후손을 가지려는 마음이었을 게다. 그 오랜 나그네살이에 자식을 안아보는 기쁨이라도 누릴 생각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라헬의 경우는 좀 달랐다. 상대는 비록 언니지만, 나름으로는 나이로 보나 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뭐로 보나 자신이 한 수 위인 것만은 확실했고 야곱도 그를 충분히 그 점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라헬은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그녀는 하느님의 처방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대들었다. 어쩌면 그만큼 라헬은 자신감을 가졌을 수도. 그래서 완강했다. 죽음도 불사하는 아양까지 떨면서 야곱의 마음을 사로잡아 애를 얻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라헬이 야곱에게 자기의 몸종 빌하를 아내로 주자, 야곱은 어쩔 수 없이 그 몸종과 한자리에 들었다. 빌하가 임신하여 야곱에게 아들을 낳아 주었다. 그 아이는 의당 주인인 라헬의 것이었다. 고대 근동에서는 이런 풍습이 있었고, 그것은 합법적이었다.

 

라헬은 하느님께서 내 권리를 되찾아 주셨구나. 그분께서는 내 호소도 들으셔서 나에게 이렇게 귀한 아들을 주셨다네.” 하면서 그 이름을 단이라 하였다. ‘판결하다, 권리를 되찾아 주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이렇게 라헬은 언니와의 경쟁에서 하느님의 자비하신 도움으로, 이제는 대등한 입장이 되었다고 자부했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그에 걸맞게 지었다.

 

이왕 내친김에 라헬의 몸종 빌하가 다시 임신하여 야곱에게 두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다. 라헬은 드디어 내가 언니와 죽도록 싸워서 이겼다.” 하면서 그 이름을 납탈리라 하였다. ‘납탈리싸움또는 경쟁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도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라헬은 직감했다. 그분 도움 없이는 출산이 어렵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체험하고 있었기에, 둘째의 이름에 싸워 이겼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언니도 하느님 도움으로 태아가 열렸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기에, 몸종을 통한 언니와의 승부에서 이제 승기를 잡았다는 뜻도 있었을 게다. 더구나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3. 레아의 몸종에게서 낳은 아들들‘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라헬,빌하,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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