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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양과 염소들의 번식[17]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8 조회수1,53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 양과 염소들의 번식  

 

품삯을 정하는 기준과는 별도로 그 계수 방법도 아주 중요한 만큼, 야곱은 자기가 이 원칙을 최대한 준수할 테니까 외숙도 뒷날 확실하면서도 정직하게 산출할 것도 주문했다. 그렇지만, 욕심 많은 라반이 조카의 이 요구를 다 들어줄 리가 만무했다. 아무튼 야곱의 이러한 제안에 라반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묘책을 강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야곱 자신도 장인어른에게 요구한 이것만 가지더라도, 후에 하란을 떠날 때 흡족할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숨은 비책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협상은 야곱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협상이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간 일을 한 품삯으로 얼마를 챙겨 가야 할 것인가가 나름대로 정해지기에. 그래서 협상의 대원칙은 정해졌다. 오늘 날짜로 야곱과 외숙의 가축을 색상과 모양별로 구분하여 기르자는 거다. 그리하여 야곱이 가나안으로 떠날 때는, 야곱의 가축은 양은 검거나 얼룩지고 점 박힌 것일 게고, 염소는 점 박히고 얼룩진 것들뿐일 게다. 그렇지만 라반의 가축은 흰 양과 검은 염소만이 아닐 게다. 아주 작은 숫자일지언정 돌연변이 된 검거나 얼룩지고 점 박힌 양, 점 박히고 얼룩진 염소도 게 중에는 있을 게다. 그리고 이것들은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야곱의 가축이 되는 것일 될 게다.

 

이리하여 야곱이 고향에 돌아갈 때 가져갈 가축의 구분 방법은 확실해졌다. 오늘부터 야곱과 라반의 가축을 나누어 방목해 기르는 거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헤어질 때 나누어야 할 가축의 구분이 명백해져 서로 분란의 조짐은 일단 제거되었다. 그렇지만 야곱과 라반의 협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야곱이 외숙 라반이 얼마간 더 함께 일하느냐이다. 야곱이 라헬을 아내로 얻기까지는 십사 년이 걸렸다. 그 기간은 서로 협의해 정해졌다. 그러나 이제부터 하란에 더 머무르는 기간은 정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 기간은 유목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어떤 계기를 자연 주기에, 그들은 그리 안중에 두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욕심 많은 라반은 바로 그 날짜로 줄 쳐지고 점 박힌 숫염소들을 가려내고, 얼룩지고 점 박힌 암염소들과 흰 점이 있는 것들과 그리고 새끼 양들 가운데에서 검은 것들을 모두 가려내어 자기 아들들에게 다 맡겼다. 그러고는 야곱이 자기의 남은 양과 염소를 치는 장소를 아들이 머무르는 곳에서부터 사흘거리로 떼어 떨어져 놓았다.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것들을 야곱이 고르기도 전에, 라반은 그것들을 모조리 빼돌려 자기 아들들이 돌보는 곳에다 섞어 놓는 꼼수를 부렸다.

 

그것도 불안했던지 야곱이 그것들을 훔쳐 가지 않도록 야곱의 방목 장소를 사흘이나 걸어야 도착할 거리로 멀리 떼어 놓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정말 어른답지 못했다. 이제 야곱의 몫은 없어졌다. 그는 이제부터 라반의 것들을 열심히 키워서, 거기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것들을 잘 길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야곱은 외숙에게 여러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는 라반의 가축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비법을 나름으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그만큼 야곱은 영리하고 똑똑했다.

 

그러면 검은색의 양과 얼룩지고 점 있는 염소를 낳게 하는 방법이란 도대체 어떤 걸까? 그것은 양들의 버릇과 고대의 주술적 요소를 결합한 목축비법이다. 그는 이 방법을 지난 십사 년의 유목 생활에서 깊은 관찰과 경험으로 익히 그 비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야곱은 은백양나무와 편도나무와 버즘나무의 싱싱한 가지들을 꺾고, 흰 줄무늬 껍질을 벗겨 내어 가지의 하얀 부분이 드러나게 하였다. 그런 다음 껍질을 벗긴 가지들을 물통에, 곧 양들과 염소들이 물을 먹으러 오는 물구유에 세워, 가축들이 그 가지들을 마주 보게 하였다.

 

이제 야곱은 본격적인 자신의 가축을 만들기 시작했다. 라반의 가축에서 라반의 것보다 자신의 가축이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이미 터득한 비법을 동원했다. 사실 양들과 염소들은 물을 먹으러 와서 짝짓기를 하였다. 그 세워진 가지들 앞에서 짝짓기 한 그런 양들과 염소들은 줄쳐진 것, 얼룩진 것, 점 박힌 것들을 낳았다. 그리고 야곱은 어린양들을 골라내어, 그 양들의 얼굴을 줄쳐진 양들과 모든 검은 양들에게로 향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 라반의 어린 양들은 자라서 짝짓기 할 때마다 여러 시각적인 효과로 야곱의 양들을 낳았다.

 

또 야곱은 튼튼한 양들과 염소들이 끼리끼리 짝짓기 할 때마다, 그 나뭇가지들을 볼 수 있도록 물통에 세워 놓고, 그 가지 앞에서 짝짓기를 하게 하였다. 그러나 약한 양들과 염소들이 끼리끼리 짝짓기 할 때는 굳이 그 가지들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약한 것들은 라반 차지가 되고, 튼튼한 것들은 야곱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자기의 가축 떼는 따로 떼어 놓아, 라반의 것과 섞이지 않게 하였다. 이리하여 야곱의 양과 염소들이 늘어나는 빈도가 라반 외숙의 것을 훨씬 앞질러 갔다.

 

야곱의 이 방법이 과연 속임수에 해당하는 사기에 해당할까? 어쩌면 흰 양과 검은 염소만이 정상의 상태인 가축이라면, 이는 명백히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나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교활하고 영리한 라반은 이에 대해 그럴듯한 어떤 의심도 없었다. 자기의 가축은 줄어만 가고 조카의 것은 자꾸만 늘어만 가는데도 말이다. 설사 그가 그러한 불만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야곱의 눈 밖에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저 지켜볼 수밖에. 그리고 그는 어쩌면 이것이 야곱의 하느님이 돌보아 준다는 두려움을 가졌을 수도.

 

아무튼 이렇게 해서 야곱은 대단한 부자가 되어, 수많은 양과 염소뿐만 아니라 여종과 남종, 낙타와 나귀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 야곱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가 있는 일일까? 가축의 수를 조절하는 것은 인위적으로는 아무래도 그 어떤 한계가 있을 법하다. 그리고 야곱이 남종과 여종을 둘만큼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게다.

 

이렇게 야곱의 재산이 이렇게 불어나는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곳곳에서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었을 게다. 이미 협상 초기에 라반은 야곱에게 주어져야 할 가축마저 자기 아들들에게 주기 위해 가져갔기에, 지금은 야곱의 것에서 그가 손댈 여지는 전혀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육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이 무렵 야곱은 라반의 아들들이 야곱이 우리 아버지 것을 모조리 가로채고, 우리 아버지 것으로 그 모든 재산을 이루었다.” 하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야곱이 라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이미 예전 같지 않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8. 고향으로 출발하는 야곱‘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짝짓기,속임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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