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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단호한 요셉[33]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24 조회수1,647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3. 단호한 요셉

 

요셉은 참으로 흐뭇했다. 형들은 하나같이 배다른 막내 벤야민을 아끼고 사랑으로 감싼다. 예전에는 따로 노는 제각기 잘난 척하는 못난 형들이었다. 막내야 어찌 되든 말든, 가나안으로 팽하게 제갈 길 갈 형들이었다. 그들이 이제는 동생을 살리겠다고 돌아왔다. 아니 함께 죽을 각오로 온 것이다. 저 막내를 두고는 아버지 야곱에게 결코 빈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불쌍한 자식들 모습이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더는 못 볼 눈치다.

 

그들은 요셉 앞에서 다시 한번 더 땅에 엎드려 절한다. 벌써 세 번째다. 제발 살려달라는 자세다. 그러자 요셉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나 같은 사람이 점을 치는 줄을 너희는 알지 못하였더냐?” 재상은 형제들의 머리를 조아리고 보복하자 불같은 호통으로 엄히 꾸짖는다. ‘나 같은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지금 이 마당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말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나를 몰라보냐면서 은근히 형들의 기를 잡고자 자신을 내세운다.

 

더구나 요셉은 자신을 스스로 점치는 신비스러운 지혜를 겸비한 재상임을 그들에게 부각시킨다. 너희들을 밥상머리에 앉힐 때에 나이순으로 그렇게 한 것을 어찌 모르냐는 투로 자존심을 꺾는 불호령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배은망덕한 짓에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투다. 이에 야곱의 형제들도 자신들의 결백을 내세울 어떤 묘책도 없기에, 잘잘못을 순리로 내세울 수가 없어 차라리 죽여 달라는 투로 호소한다.

 

유다가 용감하게 형제들을 대신하여 총대를 거머쥐면서 하소연한다. 그는 이제 형제들의 당당한 대변자의 모습이다. “저희가 이제 와 나리께 감히 무어라 아뢰겠습니까? 아니 정말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또 무어라 구구절절하게 변명까지 어디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을 철저하게 낮춘다. 자신들에게 뒤집어씌워진 누명에 대해 변명거리가 아예 없단다. 처분대로 자신들이 다 안고 가겠다면서 선처만을 기다린단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꼭 이 말은 빼놓을 수 없다는 투다. “이제 하느님께서 이 종들의 죄를 소상히 밝혀내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나리의 종입니다. 저희 모두도, 잔이 나온 저 아이도 그러합니다.” 유다가 말하는 이 종들의 죄는 재상의 은잔을 훔친 죄가 아니라, 지난 시절에 못난 형들이 배다른 동생 요셉에게 저지른 죄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의 모든 죄악을 고백하며 하느님의 벌을 달게, 그리고 겸손하게 받겠다는 뉘우침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번 요셉의 형들이 식량을 구하러 처음 이집트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있었다. 그때에 어처구니없이 지금처럼 염탐꾼으로 내몰린 적이 있었을 때, 자신들이 저 가나안 도탄에서 동생 요셉에게 못된 짓을 했기에 이런 모함을 받는 것이라고 고백한 적이었다(42,21).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다가 나서서, 은잔에 대한 책임을 막내 아우 벤야민에게 지우지 않고 마치 전 형제들의 일인 양, 형제적 연대감을 내세우며 모두가 다 재상의 종이 되겠다는 각오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은잔을 훔친 혐의는 오로지 요셉의 친동생 벤야민의 몫이지, 유다를 포함한 배다른 형들에게는 무죄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유다 형은 동생 요셉에게, 이번 일은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식으로 하나가 된 똘똘 뭉친 한 형제애를 가감 없이 내세우며 다 함께 공동의 책임을 질 자세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단다. 그리고 벤야민에 대한 구체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모두가 재상의 노예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영리한 요셉은 유다의 이런 생각을 모를 리 없다. 작금의 형들의 태도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을 차제에 꼭 확인해야만 할 것 같다. 이에 요셉은 아예 능청을 떨며 그것을 보고자 형들을 다잡을 모양이다. 그는 이왕 뺀 칼이니 오직 법대로 갈 생각을 넌지시 내비친다. 형들에 대한 마지막 시험이다. 그간 이 문제에 관해서 오랜 고민한 그다. 형제들 사이에 지난 반목의 시절이 여전한지, 이제 자신이 아닌, 벤야민에 대한 아버지 야곱의 편애에 대한 형들의 불만을 최종 점검하려 한다.

 

그래서 요셉은 유다 형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런 일을 결코 할 수가 없다. 진작 약속대로 잔이 나온 사람만이 내 종이 되고, 나머지는 평안히 너희 아버지에게 올라가거라. 아버지께서 손꼽아 너희를 기다리실 게다.” 이렇게 재상은 냉정하게 죄지은 벤야민만 종으로 삼겠단다. 그래도 은잔을 훔친 자는 죽어 마땅하다(44,9)’고 자신들이 자청한 징벌을 전폭적으로 감해 줌으로써 인도주의적 자세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아버지 이스라엘이 가장 사랑하는 그 막내, 라헬의 아들인 벤야민만을 단지 종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에 유다가 요셉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유다가 대신 종이 되겠다고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벤야민,종,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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