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9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01 조회수2,293 추천수13 반대(0)

1982년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전례, 기숙사 생활, 강의, 기도는 신학교 생활의 기본입니다. 신학교에는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높일 수 있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의식과 지식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모임도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는 동아리입니다. 새내기 1학년인 제게 신학교는 새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와 글을 쓰고 발표하는 아람 동인회, 연극을 연습하고 발표하는 낙산 연극반, 농악을 배우고 농촌 봉사하는 민문연, 학교 내 폐지를 줍고 노동운동을 공부하는 밀알회, 설명이 필요 없는 신약반, 구약반이 있었습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철우회, 신학을 공부하는 신토연,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신협,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로고스 기타반, 주일 미사에 함께하는 성가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연극반에서 3년 있었고, 신학교 매점에서 4년 있었습니다. 연극을 통해서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데미안, 크리스티나 여왕, 결혼과 같은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같이 무대를 만들고, 함께 연습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잠시 문을 여는 매점 운영도 좋았습니다. 신학생을 위한 편지지와 노트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루에 30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물론 매일 외출이 가능한 것도 좋았습니다. 신학교는 기도와 전례, 신학과 철학을 배우는 새 하늘과 새 땅이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내개 숨겨진 끼와 재능을 발휘하는 면에서도 새 하늘과 새 땅이었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오래 전 신학교 생활을 꿈에서 보았습니다. 꽹과리, , 장구, 깃발을 들고 교정을 도는 농악을 보았습니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꿈속에서는 정말 신났습니다. 마음껏 뛰었고, 막걸리도 마시고, 동료들과 어깨춤을 추면서 땀을 흠뻑 흘리는 꿈이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장소와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인식과 사고의 전환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인식이 바뀌고 내 삶의 방식이 바뀌면 나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두 달이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자칫 지루하고 따분한 날들입니다. 그러나 생각하나 바꾸면 멈출 수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날이 됩니다.

 

성서를 보면 사람들은 예수님을 몇 번씩 시험하려 했습니다. 죄를 지은 여인을 데리고 와서 그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 지은 여인을 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지라고 하였습니다. 인식의 전환으로 사람들은 돌아갔고,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안식일의 규정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의 규정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안식일의 주인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역시 인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웃이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주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가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습니까?’ 주체는 내가 아니라, 지금 강도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인식의 전환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 되었습니다.

 

황제에게 재물을 바쳐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바치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커다란 황소도 고삐만 잡으면 어린애라도 쉽게 끌고 다닐 수 있습니다. 재물은 황소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재물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재물을 잡을 수 있는 고삐는 황제의 권력이 아니었습니다. 재물을 잡을 수 있는 고삐는 인간의 탐욕이 아니었습니다. 재물을 잡을 수 있는 고삐는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식의 전환으로 이 땅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그것이 기쁜 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언약에 따라,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이러한 것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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