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보존 천사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3 조회수2,527 추천수1 반대(0) 신고

보존 천사

독일어의 "베봐렌"bewahren

(보존하다. 보호하다) 이라는 말은

"주의, 조심, 보호, 감독

이라는 의미를 가진 인식한

모든 것을 주의깊고

조심스럽게 다룸을 뜻한다.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사는

우리에게는 자신을 과거 속에

붙잡아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한 보물을 삶의 분망함 속에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바로 보존 천사가 필요하다.

황망한 우리의 시간 속으로

우리가 보았던 것은 어느덧

눈에서 사라져 버린다.

한 인상에서 또 다른 인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안에는

아무것도 자라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분열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가 체험한 것을 충분히

음미해 볼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현재에

집중해서 살면서 체험한 것을

감지하기에 무력함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감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점점 더 큰 충격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초기 수도자들은 온전히 현재에

머무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묵상의 방법인데,

"루미나시오" ruminatio

라고도 불렀다.

"루미나리"ruminari

"되씹다" 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그들은 성서 말씀을

입에 담아 거듭 되씹었다.

마음 속에서 반복하여 관찰하고

계속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 말씀의 의미를 온갖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그들은 성서의 단 한 말씀을 가지고

하루종일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 말씀은

그들의 살이 되었다.

그 말씀이 그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들의 불안한 정신 안에

그리고 세상의 소동 한가운데

버팀목을 마련해 주었으며,

나아가 온전히 그 순간에

존재할 능력을 주었다.

그들에게는 현존하시는

하느님 앞에 현존하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 우리와의 관계를

()과 낙타의 태도에 비긴

아름다운 교부 말씀이 있다.

낙타는 적은 먹이로 만족하며

그것을 계속해서 되새김한다.

그에 반해 말은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결코 배부르지 않다.

옛 교부 안토니오는

우리에게 말이 아니라 낙타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다루기를 권고한다.

만족할 줄 모르고 몇 번이고

거듭 우리 안에 새로운 것을

채우려 할 것이아니라,

듣고 읽은 적은 양의 것을

마음속에 잘 보존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것으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테겔의 감옥에서 자기가 어떻게

기억들을 불러깨웠고 또 그 기억들이

어떻게 감방의 고독 속에 있는

자기에게 빛과 위안을

선사했는지를 기록했다.

그는 여러 만남과 예배나

음악회 때의 체험들을

가슴속에 보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혹독한 시기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니 자기의 능력, 유익한 말,

체험들을 보존하는 것이

휠덜린 Ho"lderlin탄식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겠는가

", 겨울이면 어디서 꽃을 보고

어디서 햇빛을 쬘꼬?"

본회퍼는 바로 자기 하느님 체험의

꽃을 잘 보존하여 잔악한 나치 앞잡이들이

판치는 불모의 사막 한가운데서조차

꽃을 피울 수가 있었고,

자기 가슴속에 햇빛을 보존하여

폐쇄된 인간들의 차가운 냉기가

더 이상 위험이 될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보존 천사는 그대를 어떤

보수적인 태도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로부터 도주하도록

이끌고자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대가 체험한 귀중한 것을,

마치 그것을 볼 때마다 새삼

경탄하게 되는 귀중한 보물처럼

간직하고 지키도록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대의 삶에 깊이와

풍요를 선사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은 상황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며,

사막이라도 목마름이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든 삶을 감지하기 위해

언제나 새로운 위안, 새로운 음식,

새로운 체험을 필요로 한다.

능력을 보존한다는 것은

나의 삶이 차단된 곳,

즉 좌절과 무감각의 상황에서조차

나 자신이 살아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보존 천사가 그대에게 매순간

강렬하게 살아갈 능력을 주기를.

*동화* 속의 프레데릭이

겨울이 와도 살아가기 위해 여름 동안

햇빛과 색색 꽃들을 가슴속에

모아 둘 수 있는 것처럼.

이 동화는 잠잠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그림책(분도출판사)과 비디오

(성 베네딕도 시청각 종교교육 연구회)

로 나와 있다

- 역주-

「올해 만날 50 천사」에서

-안셀름 그륀 지음-

서명옥 옮김 / 바오로딸 펴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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