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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녀 마르타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8 조회수2,480 추천수14 반대(0)

동네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아침에 독특한 체조를 하기도 합니다.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매일 두 번은 공원을 찾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오리 가족이 있습니다. 엄마 오리와 16마리의 새끼 오리입니다. 처음에는 엄마 오리 곁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신나게 호수에서 놀고 있습니다. 엄마 오리는 새끼 오리들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봅니다. 새끼 오리들이 마음껏 호수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엄마 오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금세 엄마 오리 곁으로 달려오는 새끼 오리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엄마 오리의 사랑을 받는 새끼 오리들은 여름을 호수에서 보낼 것이고, 가을이오면 먼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엄마 오리를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모두 돌볼 수가 없어서 하느님과 같은 사랑을 하는 천사를 보내 주셨는데 그 천사가 어머니라고 합니다. 저도 어머니의 사랑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29년 전에 저는 유행성 출혈열에 걸렸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지 보름도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첫 본당에 간지 5일 만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있었고, 며칠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추기경님도 오셔서 기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치료해준 의사, 간호사님들께 감사드렸습니다. 가장 감사드릴 분은 어머니입니다. 제가 입원한 날부터 퇴원하는 날까지 어머니는 병실에서 저를 돌보셨습니다. 보좌신부를 마치고 첫 본당신부가 되었을 때는 3년 동안 사제관에서 함께 지내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밥도 차려주시고, 청소도 해 주셨습니다. 건강만 허락되신다면 뉴욕에 오셔서 밥을 차려 주실 겁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추상명사입니다. 무게를 잴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없습니다. 그 사랑은 표시가 될 때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담으면 우리는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군에 있을 때, 많은 위문편지를 받았습니다. 저를 기억하고, 저를 아껴주는 분들의 정성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군 생활의 지루함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하면 우리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되지, 굳이 말을 해야 됩니까?’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우리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입니다. 우리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찬란한 문명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사랑은 행동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짐을 들고 가는 이웃의 짐을 함께 들어드리는 모습, 지친 이웃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손길, 내가 지닌 능력, 재물, 시간을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사랑이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마르타 성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가족을 각별하게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의 집을 찾아가셨습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였고,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마르타의 오빠 나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대화를 나누신 후 죽었던 나자로를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소생이라고 하지, 부활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은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깨달음의 문제이고, 차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주는 물은 곧 다시 목이 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주시려는 물은 단순히 마시는 물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를 믿는 자는 죽더라도 살 것이고, 또 살아서 믿는 자는 모두 영원히 살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영원한 생명은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납니다. 오늘 독서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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