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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묵상 : 길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30 조회수1,805 추천수1 반대(0) 신고

 

예전에는 시력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눈 관리를 잘했습니다. 직업상 책을 보긴 보되 지금은 아니지만 사전에 있는 잔글자를 많이 보고 또 컴퓨터 모니터를 많이 봐야 하는 일 때문에, 더더욱 요즘은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봐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많은 현대인에게 눈이 혹사 아닌 혹사를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종이로 된 활자를 좋아합니다. 교육상 어쩔 수 없이 태블릿 PC를 사용하거나 아이패드를 사용할 때를 제외하곤 활자를 선호합니다. 성경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책으로 봅니다. 원래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텍스트는 같지만 다가오는 느낌이 다릅니다. 마치 종이 위에 있는 활자는 침묵이 흐르면서도 뭔가 울림을 줍니다. 읽으면 가슴에 스며드는 느낌이 듭니다.

 

전자책이나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면 피부에만 살짝 앉았다가 휘발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디지털 문화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양쪽을 골고루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첨단으로 달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애들을 지도하면서 하나 철칙으로 지키는 원칙이 있습니다. 공부만큼은 아날로그 형식으로 지도합니다. 그렇게 하면 귀찮습니다. 요즘 남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근데 분명한 결과가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말 없이 믿고 따라하면 거의 대부분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동안 수능영어에서만 만점자를 많이 배출했습니다. 제가 영어실력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진 교육에 대한 소신에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키운 제자를 미국에 유학을 보냈을 때 꼭 대부분은 한국에 오면 연락을 하거나 찾아옵니다. 한국에서 배울 때 제가 지도하는 방식이 어떤 경우는 귀찮아서 싫어했지만 영어권 나라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 애들이 그때 절실하게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교육방식에 대해 가장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실력은 없지만 어떻게 조련을 하면 애들 언어습득을 잘 할 수 있는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생긴 저만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사교육을 하는 사람이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에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학부모님과 학생이 많이 있습니다. 영어를 습득하는 길은 어렵습니다. 사실 영어는 영어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진짜 깊이 있는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모국어를 잘해야 합니다. 모국어 실력이 없으면 기본적인 영어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 같은 내용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실을 학창 시절 때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가진 교육 철학을 애들한테 그대로 적용해 지도를 합니다.

 

어제 기사를 봤습니다.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저자인 홍성대 씨의 기사입니다. 책 제목처럼 언어를 배우는 데에도 정석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언어만큼을 잘 습득하려면 구닥다리 같은 방법이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부해야,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언어 능력을 키울 수가 있습니다. 저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웬만한 국문학 전공한 사람도 가지고 있지 않을 전문서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도 공부를 하면 끝이 없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참고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런 전문서적을 공부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왜 영어 선생이 그런 책을 가지고 있느냐 하고 애들이 궁금해서 질문을 합니다.

 

제가 늘 하는 답변이 있습니다. 언어는 아주 미세한 의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미세한 차이를 잘 전달해 주기 위해 참고하려고 소장한다고 말해줍니다. 모든 걸 다 전달해 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교육 방법만이 언어를 잘 배우는 확실한 길이라는 걸 경험상 얻은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근 20년 간 가진 저만의 교육 철학입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사교육 선생이지만, 그동안 키워낸 애들을 생각하면 보람은 있습니다. 특히 첨단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올해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진학한 한 학생이 있습니다. 영어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2년을 지도했습니다. 1, 3월 모의고사를 친 후에 결과가 참담해서 면담을 하고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열심히 지도했습니다. 이 학생은 어머니 아버지 두 분다 교사이고 다 이과 쪽입니다. 근데 이 학생은 이과 쪽은 전혀 아닙니다.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언어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근데 영어는 사교육을 받지 않했습니다. 1 때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영어가 되지 않으면 서울권 대학에 갈 수가 없을 거라고 판단해서 온 것입니다.

 

이 학생은 원래부터 신문사 기자가 되는 게 자신의 진로입니다. 특히나 노동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독일쪽으로 유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엄마 아빠가 다 교사고 해서 교사쪽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자기는 처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해서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실제 제가 봐도 글을 쓰는 재능이 있습니다.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몇 년 후에 신문지상에서 이 학생의 이름이 올라올 것을 기대합니다. 이 학생이 짧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저도 열심히 지도한 것도 있지만 이것보다도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평소 가진 제 교육 철학에 대해 그대로 따라 준 것입니다.

 

보통 보면 자기 생각이 많이 있습니다. 학생도 그렇고 학부모도 그렇습니다. 이 아이는 전적으로 저를 신뢰한 학생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학생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길을 자신이 가보고 경험한 길이라면, 그 길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길을 잘 따라가면, 안전하게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를 가는 데 이탈하지 않고 잘 갈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근데 그 길은 요령이 통할 것 같지만 요령이 통하지 않는 길입니다. 성실하게 가야 하는 길입니다. 성실하게 묵묵히 자기 힘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다만 누군가의 도움은 받을 수는 있어도, 자기 힘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저는 그 길을 제시하고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길을 제시해 주는 것과 막연히 길을 개척하며 가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나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길을 가는 것도 제가 오늘 언급한 이 학생이 가야 하는 길처럼, 우리도 이렇게 가야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제대로 걸을 수가 있을 겁니다. 그 길은 제가 처음에 언급한 아날로그 길처럼 구닥다리 같은 길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근데 그런 구닥다리 같은 길이 확실하게 생명의 길로 인도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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