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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 아파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3 조회수2,265 추천수1 반대(0) 신고

며칠 전에 서울에 사는 친구가 마산에 내려와서 만났습니다. 이 앤 서울 토박이 집안입니다. 참으로 기막힌 가정사를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감동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성모성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입니다. 성모님 하면 생각나는 꽃이 붉게 탐스럽게 핀 장미꽃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말 하나를 꼽으라면 엄마’, ‘어머니라고 합니다. 저도 여러 번 친구의 어머니를 예전에 뵈었지만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어머니가 친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친엄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친구는 이 사실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엄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얼마 안 있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일을 하면서 친구를 양육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혼을 한 것입니다. 새엄마는 미혼이었던 것입니다.

 

지금 친구 새엄마와 아빠 사이엔 아이가 없습니다. 사실 작년까지 친구 새엄마는 친구가 자신을 친엄마로만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새엄마로 알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던 모양입니다. 친구가 어려서부터 철저히 티를 내지 않고 정말 친엄마처럼 대했기 때문에 전혀 모르셨던 것입니다. 제 친구이지만 참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왜 새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걸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계모와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새엄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중학교 때 우연히 새엄마가 아이를 가지는 것을 포기한 사실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혹여라도 아이를 가지게 되면 친구에 대한 애정이 식을까 봐 그랬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 이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는 마음속으로 다짐한 게 있다고 합니다. 만약 친엄마가 있다면 응석도 부리고 할 텐데 자기를 낳아준 엄마도 아닌데 자기 때문에 그런 걸 하셨다고 하시니 진짜 어머니보다도 더 어머니처럼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가 신장이 좋지 못해서 치료를 계속 받아왔던 것입니다. 이젠 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한계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수술 방법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친구가 고민을 했던 것입니다. 만약 자기 신장을 이식해서 살 수 있기만 한다면 이식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가족 누구에게도 숨겼다고 합니다. 일단 먼저 자기 신장을 새엄마에게 이식할 수가 있는지 그걸 먼저 어떻게 알아봤습니다. 다행히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를 받고서 제일 먼저 새엄마에게 말씀을 드렸다고 합니다. 새엄마는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아들의 신장을 절대 받지 않을 거라고 완강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싶어서 친구가 고민 끝에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시면서 무척 놀라워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당연하셨을 겁니다. 47년 이상을 친아들처럼 키웠기 때문에 아들이 새엄마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던 겁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결국에는 새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친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받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오히려 다르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물론 친엄마였어도 드려야겠지만 오히려 친엄마가 아니라서 더더욱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얼핏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겁니다. 친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친구 자신을 위해서 엄마의 자식을 포기하고 자기를 길러줬기 때문에 그건 그냥 자신을 낳아준 엄마보다도 더 엄마로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낳아준 분이 아니지만 새엄마는 실제 낳아준 엄마보다도 더 정성을 쏟아준 걸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엄마는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고 합니다.

 

친구가 마지막에 한 말이 있습니다. 다음 생에는 꼭 엄마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친구가 엄마를 설득해 수술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지금은 수술을 한 후에 친구도 그렇고 엄마도 예후가 상당히 좋아서 건강한 상태라고 합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감동해서 제 볼에 눈물이 흐르더군요.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핏줄을 아주 중요시 여깁니다. 하지만, 친구의 이 사례를 보면서 배 아파 낳지를 않아도 배 아파 낳은 아이 이상으로도 아들이 될 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진정으로 사랑하면 끈끈한 핏줄의 정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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