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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2 조회수454 추천수2 반대(0) 신고

230102. 성 대 바실리오와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나는 그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7)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자기증언입니다. 광야에 살면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고 있던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온 사제들과 레위 인들에게 반복해서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누구요?”(요한 1,19.21.22)
 
이 질문은 단순히 세례자 요한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메시아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입니다. 곧 “그리스도와 당신의 관계는 무엇이요?” 라는 질문입니다. 요한은 그분과 관련하여, 자신의 신원을 부정과 긍정을 통해 고백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요한 1,20)
“나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
 
세례자 요한처럼, 우리도 구세주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단지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증거 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언하고 증거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혹 우리가 그리스도를 스승이나 주인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을 스승이나 주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고 자신을 존경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스승이 아니라 제자이고, 앞서가는 자가 아니라 뒤따라가는 자입니다. 주인이 아니라 속해 있는 자요, 판단해야 하는 자가 아니라 응답해야 하는 자요, 구원자가 아니라 구원받아야 할 존재요, 해결사가 아니라 해결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그리고 요한처럼, 우리도 ‘외치는 이’가 아니고, 외치는 이의 ‘소리’입니다. 곧 ‘내 안에서 외치는 분’를 드러내는 소리입니다. 사실, 소리를 내는 것은 피리가 아니라 피리를 부는 이입니다. 피리가 결코 스스로 소리를 낼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마치 붓이 스스로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붓을 쥔 이가 글씨를 쓰는 것이듯이 말입니다. 곧 화살표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피리를 부는 이가 아니라, 피리를 부는 이를 담아내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는 진정 비워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요한은 참으로 비워진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채우는 데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비워진 데서 오는 기쁨을 찾아야 할 일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드러내는 데서 오는 기쁨 말입니다. 사실, 비워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추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이들을 자기 발밑에 두려는 것처럼 추한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자신의 발밑에 다른 이를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다른 이의 발밑으로 내려가려고 하나, 그 발밑에 내려갈 자격마저 없는 몸이라 고백합니다.
 
“나는 그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7)
 
본래 주인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종이 그 신발 끈을 풀어주는 법인데, 요한은 그런 종의 일마저도 할 만한 조격조차 없는 부당한 몸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비운 까닭입니다.
 
오늘 우리도 요한이 받은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당신은 누구요?”(요한 1,19)

주님!
화살표 같은 존재가 되게 하소서.
제 자신이 아니라 당신을 향하여 있게 하소서.
붓이 되어 당신의 말씀을 삶으로 쓰게 하소서.
피리가 되어 당신의 노래를 온몸으로 드러내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만을 드러내게 하소서.
저 자신이 아니라 주인이신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제 삶이 당신 생명의 춤이 되고, 당신 축복의 강복이 되게 하소서.
저는 당신의 사랑받는 새끼, 당신의 귀염둥이 아들, 당신의 사랑이오니,
당신께만 속해 있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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