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2 조회수483 추천수4 반대(0)

교통신호등이 있습니다. 파란불에서는 이동하고, 빨간불에서는 멈추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도 두 가지 색이 있습니다. 전화가 오면 두 가지 색이 표시됩니다. 파란색을 누르면 통화가 되고, 빨간색을 누르면 거부가 됩니다. 친한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꼭 받아야 할 전화는 당연히 파란색을 누릅니다. 모르는 사람, 받고 싶지 않은 사람, 귀찮은 사람의 전화는 빨간색을 누르게 됩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매일 전화를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귀찮다는 이유로, 지금이 편하다는 이유로, 미안한 마음에 빨간색을 누르는 것은 아닌지! 날씨가 추워서, 비가 와서, 너무 더워서, 다른 할 일이 있어서 하느님께서 전화를 하시는데도 외면한 적은 없는지요? 젊은 신부님이 가끔씩 어머니의 전화를 빨간색을 누르면서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유는 어머니가 늘 귀찮게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부님께는 어머니의 사랑이 귀찮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집안 어르신들이 이렇게 이야길 하셨습니다. ‘사제가 될 사람은 이제 집안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사제가 되면 말씀도 높여서 해 주셨습니다. 사제가 하는 일이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몸을 축성하기 때문입니다. 강론을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독신을 통해서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고 사목에 전념하기 때문입니다. 순명을 통해서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또 이렇게 이야길 하셨습니다. ‘사제직을 그만 두게 될 경우에는 세상에서 잘 살면 안 됩니다.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평생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보속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헌신과 기도를 외면하였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의 사랑과 기대를 외면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상의 일이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의 의도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쟁기를 들고 뒤를 돌아보면 밭을 제대로 갈 수 없으니 오직 사제직에 충실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안의 경조사나, 부모님의 생일이나, 경제적인 문제를 신경 쓰기보다는 맡겨진 일을 먼저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휴가 때도, 쉬는 날에도 집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따른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제 동료들과 지내는 것이 더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동생 수녀님은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도 휴가 때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쉬는 날에는 멀리 있어도 찾아뵙곤 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도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제직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니 유혹이 다가와도 굳건하게 이겨내라는 의미였습니다. 걱정과 근심을 하기 보다는 사제직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으라는 의미였습니다. 나태한 삶을 살아간다면 사제직에 머물러 있어도 이 세상에서 더 큰 보속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강론준비를 소홀히 하고, 권위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고, 공동체에 큰 상처를 주기 마련입니다. 33년간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참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저 자신의 일을 먼저 찾았습니다. 신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고, 외로운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자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가족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믿어주었던 친구를 배반하고, 거짓과 모략으로 출세라는 허황된 꿈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얻는 것은 화려한 집이고, 비싼 옷이고, 맛있는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참된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지 못합니다.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근심과 걱정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고, 누가 내 형제입니까?’ 저는 생각합니다. 나의 욕망과 나의 이기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모두 내 형제요, 내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내 출세와 성공을 위한 디딤돌일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도움을 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내 형제요 어머니입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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