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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3)
작성자서길원 쪽지 캡슐 작성일1999-05-04 조회수2,901 추천수8 반대(0) 신고
잃은 것과 얻은 것

5리와 10리

당신을 재판에 걸어

당신의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마저 내주시오.

누가 당신에게 천 걸음을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사시오.

- 마태오 5, 40-41 -

당신 자신의 실존 또는 행동방식을 잘 살펴보면, 당신 머리 속에 하나의 고정된 틀, 즉 세계는 어떠어떠 해야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무엇을 원해야 하는가 하는 따위의 요구들이 줄줄이 들어차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틀이 생기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당신의 소망과 욕구를 결정하는 것, 소위 필수품이라는 기본적인 것들을 비롯해서 가치관 기호(嗜好) 태도 등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 아닙니다. 부모 사회 문화 종교와 과거의 경험 등, 당신을 컴퓨터처럼 작동시키며 명령을 내리는 것들이 결정합니다, 그러니 나이가 몇 살이건, 어디를 가건, 당신의 컴퓨터는 따라다니며 의식이 있는 매순간 움직이고 작동하면서 당당하게 주장합니다. 인생이, 사람들이, 당신이 모두 그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이 요구를 들어준다면 컴퓨터는 당신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놔두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신을 괴롭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예컨대, 남들이 당신의 컴퓨터가 기대하는 대로 살아주지 않는다면 좌절과 분노, 쓰라림이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하실 때 당신의 컴퓨터는 근심, 긴장, 걱정을 강요합니다. 당신은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됩니다. 당신은 대개 주위 세계를 재정리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힘을 쏟아 부음으로써 컴퓨터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라도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맞지 않는 사소한 일 - 기차의 연착, 녹음기의 고장, 배달이 되지 않는 편지 - 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컴퓨터는 또다시 불편을 강요할 것이므로 그 평화는 불안한 것입니다.

당신은 사물과 사람들의 자비에 영원히 의지하며, 그 사물과 사람들이 컴퓨터의 요구에 적합한 것이 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가련한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당신이 아는 유일한 평화, 즉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의 순간적 휴식과, 당신의 컴퓨터와 틀이 베푸는 친절만을 누릴 수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틀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며, 영영 그럴지도 모릅니다. 실은 바꾸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평소에 피해 왔던 불쾌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불쾌한 사람과 함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래서 당신의 컴퓨터가 얼마나 본능적으로 작동되는지, 상황을 회피하거나 변화시키라고 얼마나 강요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 상황을 바꾸지 않겠다고 거절하고, 컴퓨터가 당신을 얼마나 자극하고, 근심스럽게 하며, 죄의식을 느끼게 하고, 그 외의 다른 부정적 감정을 강요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는 이제 부정저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상황이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까지 그 상황이나 사람을 계속 바라보세요. 그들은 단지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며, 그들 자신으로서, 옳든 그르든, 선하든 악하든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반응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당신의 틀을 등에 업은 당신의 컴퓨터입니다. 당신과 같은 상황이나, 사람이나, 사건에 직면했을 때 당신과 다른 틀을 지닌 사람은 참으로 평온하고 행복한 반응까지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사실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진리를 붙들 때까지 멈추지 마세요. 평온하고 행복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현실이 자기를 틀에 맞도록 변형되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하는 당신의 컴퓨터라는 진리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말하자면 밖에서 관찰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바라보세요.

일단 이 진리를 깨닫고, 컴퓨터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더 이상 만들어 내지 않게 되면,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상황이나 사람을 피할 수도 있고, 그것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나,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폭력에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불편한 감정을 없앤 뒤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컴퓨터를 달래거나,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따르거나,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는 신경증적인 욕망이 아니라, 평화와 사랑에서 당신의 행동이 나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때 당신은 "당신을 재판에 걸어 당신의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겉옷마저 내주시오. 누가 당신에게 천 걸음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시오" 하신 말씀에 담긴 지혜가 얼마나 심오한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압력은 법정에서 당신과 다투는 사람이나, 강제 노동을 시키는 공권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상황이 자기의 프로그램에 맞지 않게 되었을 때 마음의 평화를 파괴하는 당신의 컴퓨터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수용소의 그 강압적인 분위기 안에서조차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틀의 억압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힘찬 감정을 위한 내적 자유와, 사회악을 목격할 때 가슴속에 솟구치며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열정은 자신의 틀이나 자아가 아닌 현실에 기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모든 사회 변혁은 반드시 그러한 내적 자유와 열정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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