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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는 방법]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6-02 조회수3,577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9주간 목요일

                                사랑하는 방법

                토비 6,10-11; 7,1.9-17; 8,4-9; 마르 12,,28ac-34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 기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을 맞아 고통을 당하던 두 사람이 마침내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을 느끼게 된다. 토비트와 사라는 각각 자신의 처지에서 고통을 겪으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했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간구를 들으시고 그들을 구원하시려고 마음먹으셨다. 하느님의 명령으로 토비트를 찾아온 라파엘 천사는 그의 아들 토비아를 사라의 아버지 라구엘에게 데리고 가서 사라를 아내로 삼게 한다. 토비아의 아내는 가정을 버리고 집을 떠났고 사라의 남편들은 그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남편을 잡아먹는 여자에게 장가 들 생각을 한 토비아가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하느님께서 그들 안에서 이루실 구원을 아는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탄복할 따름이다. 토비트는 여덟 번째 결혼을 한 아내 사라와 함께 첫날밤에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아멘.]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나서야 그들은 밤을 지내기 위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왜냐면 그들의 행위는 하느님 두려운 줄을 아는 행위였고 하느님께서 명하신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하느님의 축복을 풍성하게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덟 번까지 가지 않더라도 처음 결혼하려는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는 현장은 엄숙하고 숙연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혼배성사를 주례하면서 과연 그들이 하느님의 축복을 진심으로 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때때로 본인들 스스로, 혹은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서 그런 분위기가 깨지는 경우를 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자신들의 혼인에서 하느님과 사람들의 축복을 받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혼사를 준비하면서 부모나 형제와의 갈등, 친지들과의 갈등,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거룩한 혼인의 성사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성실함 등이 혼사를 망치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

 

토비아와 사라의 혼인과 그 준비를 읽으면서 혼인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행하게 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을 초대하고 자비를 청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주님께서 함께 머물러 주시지 않으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믿음이 우리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복음에서 언급하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은 바로 이렇게 내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하느님을 찾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다 바쳐야하기에 많은 희생을 해야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단지 이해의 득실로만 보더라도 자신의 작은 희생을 통해서 하느님의 커다란 축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손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이렇게 이해득실의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왜냐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으로 만드시고, 사랑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하느님의 뜻을 좇아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주님 사랑에 어울리게 살아가려는 마음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은 [마음과 지혜와 힘을 모아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게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했던 토비아와 사라의 언행은 오늘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고통을 받고 고민하는 우리 신앙인들의 삶의 태도에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신앙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느님을 끌고 다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찾아 헤매는 멀고 험난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나의 모든 것을 아시기에, 나는 오직 당신께만 의탁하며 모든 것을 봉헌합니다 라는 마음이 정녕 우리들에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도 드린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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