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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울을 벗겨낸 투명한 마음]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6-09 조회수3,056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너울을 벗겨낸 투명한 마음>

                      2고린 3,15-4,1.3-6; 마태 5,20-26

 

청년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여러 장소를 드나들게 됩니다. 그런데 만나는

청년들의 취향이 정말 각양각색이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쉬운 예로 밝고 환한 조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칙칙하고 어두운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지하 음악실을 들어가더라도 밝은 조명 아래서 은은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합니다. 밤이 모든 것을 감싸주는 것처럼 여겨져서 밤을 좋아하고

어둠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밤을 이용해서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밝고 좋

은 일은 드러내는 반면, 어둡고 좋지 않은 일은 어떻해서든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게 마련입니다. 때에 따라선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

해서 위선의 탈을 쓰게 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이런 것과 관련해서 독서에서 언급하는 <너울>(2고린 3,15)이라는 단어

는 흥미롭습니다. 너울은 여자가 머리에 쓰는 수건으로서 얇은 천으로

만들어서 머리와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같

은 너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바다에서의 사나운 물결을 이르기

도 하고, 사람들이 함께 잘 어울리는 모양을 뜻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

금 이 구절에서는 여자가 머리에 쓰는 수건을 의미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까지도 모세의 율법을 읽을 때마다 이스라엘 백성

들의 마음이 여전히 너울로 가려져 있다](3,15)는 대목입니다. 마음이

가려져 있다는 것은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없다

는 표현인데, 그것이 모세의 율법에 대해서 그렇다는 말은 결국, 사람들

이 모세의 율법을 듣기는 하지만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의 의지는 분명하

지 않을뿐더러, 여기서는 좀더 부정적인 의미로 검은 속마음을 감추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모세의 경우에는 시나이산에서 주님과 함께 40일을 지내

면서 얼굴에 빛이 날 정도로 환해져서 백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얼굴에

너울을 써야했지만, 주님께로 다시 돌아갈 때에는 너울을 벗을 수 있었

던 것처럼, 우리들도 주님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속마음을

완전히 벗겨내서 투명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같

은 의미에서 사도들이 전파하는 복음은 사람들의 가려진 속마음을 드러

내게 하고 주님의 복음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온전하게 전파되도록 성령

께서 인도해 주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믿는다>는 표현이 상대방에 대해서 나의 속마음을 감추지 않고 온전하

게 드러낼 수 있고, 또 현재 서로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면, <하느님을 믿는다>라고 고백하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생각됩니다. 살아 계시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이 살기를 원하

셔서 우리들이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기만 하면 누구의 잘못이든지

무죄 판결을 내려주시겠다는 약속을 믿는 우리들이기에, 우리 신앙인들

은 하느님께 대해서나 사람에게 대해서나 <믿음>으로 시작된 관계를 잘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자신을 감추지 않

고 있는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스스럼없이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

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이 살아가는 믿음이라는 커다란 그릇 속에는 복음의 표현

에서처럼 많은 경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살아 있는 보물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형제에 대한 [이해와 용서]가 바로 그것입

니다. 비록 우리들이 잘못하는 일들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한계라고

고백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한 걸음을 더 나아가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할줄 알고, 상대방의 잘못을 이해할 줄 아는 마음이 뒤따라야

만 하는 것입니다. 너울로 가려지지 않은 맑고 투명한 양심 속에서 우

리들의 믿음과 사랑은 나날이 더욱 커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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