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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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죽음의 구분을 넘어(연중 24주 화)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19 조회수2,503 추천수20 반대(0) 신고

 

2000, 9, 19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루가 7,11-17 (다시 살아난 과부의 아들)

 

그 때에 예수께서 나인이라는 동네로 가시는데 제자들과 많은 사람들도 함께 따라갔다. 예수께서 성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마침 죽은 사람을 메고 나오는 장례 행렬과 마주치시기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어떤 과부의 외아들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큰 떼를 지어 과부와 함께 상여를 따라오고 있었다.

 

주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울지 마라" 하고 위로하시며 앞으로 다가서서 상여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 때 예수께서 "젊은이여, 일어나라." 하고 명령하셨다. 그랬더니 죽었던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 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 가운데 위대한 예언자가 나타나셨다." 고 말하기도 하였고 또 "하느님게서 자기 백성을 찾아 주셨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예수의 이 이야기가 온 유다와 그 근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묵상>

 

오늘 조간신문에서 앳된 얼굴의 여고생 사진과 함께 그 학생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읽었습니다. 다음은 그 기사의 전문입니다.

 

[여고생의 고귀한 죽음 - 장기 기증 유언따라 해부용으로

 

"제 몸이 저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18살 꽃다운 나이에 숨진 전북 부안여고 3학년 송은지양. 송양의 시신은 전북의대생들의 해부실습용으로 쓰이게 된다. 또 각막 등 신체 일부도 다른 환자에게 평소 유언대로 기증할 예정이었으나 상태가 극히 좋지 않아 연구용으로 병원에 전달됐다.

 

송양은 지난 7월 며칠새 간 기능이 급작스레 떨어지는 '전격성 간염'으로 입원해 두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초인적인 투병생활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점점 악화돼 혈소판이 감소되는 등 합병증이 와 추석이던 12일 하늘나라로 갔다.

 

1남 2녀의 큰딸인 송양은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친구관계도 원만했다. 부안군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 송희섭(45)씨는 "은지가 평소에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와 뜻에 따랐다"며 오열했다. 담임교사 김성근(38)씨는 "독실한 천주교신자로 남에 대한 봉사정신이 몸에 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제자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사랑하는 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가족의 슬픔을 떠올려봅니다. 죽음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슬픈 순간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남아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슬픔을 주는지도 모릅니다. 왜 이다지도 슬퍼할 수밖에 없을까요? 슬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더 이상 함께 살을 부대낄수 없다는,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송은지 양의 고귀한 죽음을 생각하면서, 인간적인 슬픔을 넘어서는 부활의 희망을 생각해 봅니다. 비록 몸은 떠났지만, 고귀한 마음은 가족들, 그리고 자신의 시신을 해부할 의학도들의 가슴 안에 살아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리라는 희망 말이지요. 송 양이 독실한 천주교신자였기에 죽음을 뛰어넘은 부활의 모습을 나눠줄 수 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죽은 이를 살리신 예수님의 기적이 아닐까요? 삶과 죽음의 인간적인 구분과 이로 인한 슬픔들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기적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기적에 함께 하도록 초대받은 제 자신과 믿음의 벗들을 생각해 봅니다.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을 체험하게 되는 순간은 임종 직전의 환자에게 병자성사를 줄 때와 장례미사를 할 때입니다. 특히 장례미사에서 죽은 이와 산 이들 사이에 서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위령 감사송1)이라고 장례미사중에 기도하면서도 과연 온 몸과 마음으로 이 기도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 시간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모든 기적이 그러하듯, 과부의 아들을 살리신 기적 역시 우리 안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고, 또한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일어나야 하는 기적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의 도구가 되어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았던 송은지 양이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하면서, 저 역시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져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맑고 푸른 오늘 하늘처럼 기쁨과 희망의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하며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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