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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주여, 찬미받으소서!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24 조회수1,915 추천수13 반대(0) 신고

9월 24일 : 연중 제25주일

 

내 주여, 찬미받으소서!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하였다.

전라도 장성에 있는 광주지구 재속 프란치스코회에서 양성자 학교를 위해 강의 요청이 있어 멋들어진 가을 기차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노래>에 대해 강의를 부탁받았는데

기차여행은 나로 하여금 프란치스코처럼 피조물을 통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높은 하늘과 맑은 날씨, 들판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곡식들, 마지막 푸른 빛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애써하는 나뭇잎새들, 맑고 신선한 공기들, 시골 내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여행을 하는 뭇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 봄은 나로 하여금 프란치스코처럼 노래하고 싶게 만들어 준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서로 다투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간관계>에 대해 언급하지만

가을에 만나게 되는 자연과 사람들은 모두가 넉넉하고 풍요롭게만 느껴진다.

그래, 한번쯤 여행을 떠나야겠다.

서로 상처와 아픔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가을에 조용히 기차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노래>를 벗삼아 나도 이렇게 노래해 본다:

 

지극히 높으시고 선하신 하느님,

모든 찬미와 감사와 칭송을 받으시옵고

모든 좋은 것이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인간은 부족하기 짝이없고 어리석기 짝이없어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조차 부당하여이다.

 

허나

내 주여, 이 모든 피조물들을 통해서 찬미받으소서.

그중에서도 형님인 태양과 높은 가을 하늘을 통해서 찬미받으소서.

서울에서는 맡아볼 수 없는 이 신선한 공기를 통해서도 찬미를 받으소서.

가을들녁에 펼쳐진 수채화같은 벼를 통해서도 찬미 받으소서.

태풍과 비 때문에 일부에서는 벼가 쓰러진채로 있긴 합니다만

그 놈의 태풍과 비를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당신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농사도 잘 될 수 없음을 깨우쳐 주심이오니...

 

내 주여, 오늘 아침

보여주신 그 짙은 안개를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마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진실을 찾아내라는 당신의 신호같았기에...

당신은 항상 숨어계신 하느님이시나이다.

 

내 주여, 당신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든 선남선녀들을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시간을 내어 당신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당신이 함께 하고 계셨나이다.

 

내 주여,

무엇보다도 갈등과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영혼들을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왜냐하면 그들의 아픔도 당신 사랑 때문에 치유시켜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 당신 제자들이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 다툼했을 때

서로 섬기는 자가 되고 낮은 자가 되라는 가르침으로

그들을 치유시켜 주신 것처럼...

 

이러한 갈등과 아픔을 겸손과 용서로 극복한 사람들의 눈물을 통해서도

내 주여, 찬미받으소서.

지금 함께 여행하는 이들을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우리가 걷고 있는 여정 또한 하늘나라를 향한 여행길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정 안에 함께 할 수 있게 마련해 주신 동반에

이들은 나의 벗이요 형제요 자매들입니다.

이들을 축복하소서.

 

내 주여,

모든 피조물, 그 중에서도 당신의 걸작품인 사람들을 통해서 찬미받으소서.

비록 때론 진실치 못하고 때론 죄 가운데 있다하더라도

늘 인간이기를 애써 바라는 그들이기에

그 애씀 때문에도 찬미받으소서.

특히,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병고와 죽음을 통해서도

마지막 우리의 찬미 받으소서.

그것이 당신을 만나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지금 임종하는 이들과

임종을 준비하는 이들을 통해서

최고의 찬미 받으소서.

그들을 잃고 슬퍼할 가족들을 통해서도 찬미받으소서.

그 슬픔이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내, 주여

지금 이 순간에 화해하고 용서하고 평화를 이룬 이들을 통해서

찬미받으소서.

얼마나 이쁘고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용서와 화해야 말로 당신이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옵니다.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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