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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응답하기 전에 부르심이 있었다(대림 3주 수)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20 조회수2,206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0, 12, 20 대림 제3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루가 1,26-38 (예수 탄생의 예고)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 주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묵상>

 

지난 3월에 시작한 예비 신자 교리가 어저께 끝났습니다. 사제가 된 후 처음 맡은 교리반이었기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고, 지난 1년 함께 했던 예비 신자들과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교리를 하면서 예비 신자들이 조촐하게나마 종강모임을 갖자고 해서, 어제는 각자가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면서 그동안 조금은 딱딱했을 분위기를 녹이고 한 해동안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3월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나 교리 시간의 차분함을 어느 정도 벗어버리고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세례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한해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 온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이 맘껏 우러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20대 후반 주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믿음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예비신자 교리반 동창회장과 총무도 뽑고, 비록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지만, 내년에도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가져 서로의 삶을 나누자고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체 신앙의 길에 첫 발을 내디딘 예비신자들 안에 믿음의 씨를 뿌리시고 값진 결실을 일구신 주님께 찬미를 드리며, 저를 당신 농사의 작은 일꾼으로 불러주심에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어제 종강모임이 어느정도 무르익어갈 즈음, 자매님 한분이 제안을 하셨습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1년 동안의 느낌과 앞으로의 다짐을 이야기해보자고 말입니다. 내심 듣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괜히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까 걱정이 되어 참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예비신자들 사이에서 먼저 물꼬를 튼 것이지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주신 주님께 또다시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어제 나눈 이야기들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지만, 특별히 한 자매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평생을 교육계에 투신하시고 은퇴하신 이 자매님은 교리 교육 기간동안 참으로 열성적이고 자신감에 넘쳤던 분이셨습니다. 자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원해서 제 발로 성당에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곰곰이 돌아보니, 누군가 저를 이끄셨다는 것을 진심으로 고백하게 됩니다. 저희 부부(이번에 부부가 함께 세례를 받으십니다.)가 주님을 알고 성당에 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시던 할머니(이미 20여년 전에 돌아가셨지요.)가 생각이 납니다. 할머니의 기도,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이자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조금 더 일찍 성당에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남부럽지 않도록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고자 다짐합니다..."

 

 '내가 원해서 교회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교회에 나오도록 부르시고 이끄신 분이 계신다. 부르심이 먼저였고 나는 그 부르심에 응답을 한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신앙고백입니다. 응답을 한 ''가 아니라,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께서 진정한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남이 들으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진실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신앙고백입니다. 믿음의 길에 들어선지 1, 이 자매님은 교리를 마치면서 이 신앙고백으로 주님께 자신을 완전히 열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전한 하느님 구원의 부르심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며 응답한 성모님의 믿음을 어제 한 자매님의 신앙고백을 통해서 새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응답이 있기전에 부르심이 있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응답이 뜻하는 바를 생활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신앙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체험, 이 느낌, 성탄 준비로 조금은 지친 제 몸과 마음에 한줄기 단비가 되어 맑고 밝게 일어설 힘으로 다가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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