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미사가 끝났으니..
작성자노우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09 조회수2,350 추천수31 반대(0) 신고

우리 집에 온지 한달도 되지 않은 3학년 아이가 있다.

한달 밖에 안된 녀석치고는 너무도 적응을 잘하고 있다.

마치 2년 이상 이곳에 있었던 아이처럼 잘 지내고 있다.

 

미사라고 하는 것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 아이의 성가 목소리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차다.

미사 경문을 응답하는 것도 언제 배웠는지 곧잘 따라한다.

주님의 기도 등 기본적인 기도도 어느새 다 외운듯하다.

 

그런데 그러던 녀석이

가끔 미사 시간에 이상한 짓을 한다.

강론 시간에 갑자기 "아~ * 마려워" 라고 하는가 하면

크게 하품을 하며 "으아~"하며 공개적으로 강론이

재미없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미사를 주례하는 신부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여지없이 나에게 불려와서 공갈협박(?)의 성격이 짙은

설교(?)를 듣게 된다.

 

그런데 어제 대축일 미사 때에는 더욱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원장 신부님의 주례로 많은 신자들이 모여있는 미사 끝에

"미사가 끝났으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사제의 말에

제일 앞에 앉아있는 녀석은 큰 목소리로 "앗싸~~ 끝났다~~"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난 등줄기에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다른 신자분들은 한바탕 웃음댔다.

나 역시 웃을 수 밖에 없었고 미사 후에 녀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오늘 미사 어땠니?"라고 묻는 것이 전부였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를 붙들고 가르침을 주느라 애썼을 나인데

그날이 대축일 인데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나의 마음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하였던 것이다.

 

오늘 복음을 대하면서

끊임없이 잘못과 실수를 저지르는 우리들을

끝내 당신의 울타리 안으로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아들이려는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행동 때문이 아닌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있기에,

잃었던 한마리의 양이라도 더 데려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그토록 힘든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희망 가득한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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