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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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가정 축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28 조회수1,889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12월 28일 (일) -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

▣ 가정 성화 주간

    

[오늘의 복음]  루가 2,41-52

<부모는 학자들과 한 자리에 있는 예수를 찾아냈다.>

 

  41) 해마다 과월절이 되면 예수의 부모는 명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는데 42) 예수가 열 두 살이 되선 해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43) 그런데 명절의 기간이 다 끝나 집으로 돌아올 때에 어린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의 부모는 44) 아들이 일행 중에 끼여 있으려니 하고 하룻길을 갔다. 그제야 생각이 나서 친척들과 친지들 가운데서 찾아보았으나 45) 보이지 않으므로 줄곧 찾아 헤매면서 예루살렘까지 되돌아갔다. 46) 사흘만에 성전에서 그를 찾아냈는데 거기서 예수는 학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는 중이었다. 47) 그리고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지능과 대답하는 품에 경탄하고 있었다. 48) 그의 부모는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예수를 보고 "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 너를 찾느라고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하고 말하였다. 49) 그러자 예수는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모르셨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50) 그러나 부모는 아들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51) 예수는 부모를 따라 나자렛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순종하며 살았다. 그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52) 예수는 몸과 지혜가 날로 자라면서 하느님과 사람의 총애를 더욱 많이 받게 되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가정의 행복은 빨래줄

 

  예수성탄 팔일축제 넷째 날인 12월 28일 오늘, 일요일이 아니라면 교회는 "무죄한 아이들의 순교 축일"을 지낸다. "유다인의 왕"으로 태어난 예수의 존재를 두려워 한 나머지 헤로데 대왕이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2살 이하의 아무 죄가 없는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렸기 때문이다.(마태 2,2.16-18)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교회는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낸다. 예수아기가 탄생함으로써 요셉과 마리아가 이루는 하나의 가정! 단지 몇 사람의 눈을 제외하고는 겉으로 보기에 이 가정은 다른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이 가정은 성가정(聖家庭)이다. 그렇다고 마리아와 요셉이 스스로 자신의 가정을 성가정으로 선포한 적은 없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이 성가정인 이유는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아기의 잉태와 탄생을 놀라움과 기쁨, 순명과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이루는 가정 안에 스며있는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헤아리며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이 없으면 사회도 국가도 없고 인류도 없으며, 문화도 문명도 종교도 없다. 사람의 모든 것은 가정을 뿌리로 성립된다. 가정은 분명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인간적 제도이지만, 동시에 거룩한 천륜(天倫)을 따라 이루어진 신적(神的) 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든 가정은 인간적 사랑과 신적 질서로 표현된다. 질서 없는 사랑은 쾌락이 될 뿐이며, 사랑이 없는 질서는 잔인할 뿐이다. 사랑과 질서는 마치 빨래 줄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양쪽 기둥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가정이 추구하는 행복을 이 빨래 줄에 비긴다면 줄이 팽팽해야 빨래를 걸어 말릴 수 있듯이 행복의 구체적인 요소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이 점에 대하여는 오늘 미사의 독서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집회 3,3-17; 골로 3,12-21)

 

  그런데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암담하다. 그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분명히 각각의 가정에도 있다. 대한민국 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2003년 올해 국민들의 양적인 삶은 개선됐지만 질적 수준은 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수명연장으로 인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2003년 7월 한국의 전체인구는 4792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년층은 8.3%로 2002년보다 0.7% 증가했다. 생산가능연령층(15∼64세) 대비 노인층 비율은 11.6%로 인구 100명이 노인 11.6명을 부양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출산율은 2002년 1.17명으로 2001년보다 0.13명 줄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2년 기준 1만 13달러(약 1192만원), 소비지출은 753만2000원으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2001년에 비하여 소득은 11.2%, 소비는 9.3%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소비구조를 보면 60%가 서비스부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서비스 부분의 지출이 총지출의 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이 개인중심주의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가정이 그에 속한 구성원 개인의 소비력을 감당하지 못하면 쉽게 파산될 수 있다는 말이다. 2002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는 30만 6000쌍이 결혼하여 그 절반에 이르는 14만 5000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결혼이 있으며 이혼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절반이 넘는다면 모든 가정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혼사유로 1992년 1,9%에 불과했던 경제문제가 10년만에 13.7%로 급증했다는 것은 돈 때문에 두 가정 중 한 가정이 이혼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가정의 본질과 의미가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심하게 무너지는 책임소지를 따지기보다 우리 가정이 먼저 가정의 본질과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한다.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는 질서와 사랑을 다시금 점검해보아야 한다. 가정의 행복이 물질의 풍요에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먼저 가정이 신적 질서에 의해 거룩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인간적 사랑 때문에 아픔과 갈등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우리가 비록 가난하고 구차한 가정이었지만,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각자가 서로를 위해 오직 존재한다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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