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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운 언어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7 조회수532 추천수6 반대(0) 신고

 

 

<새로운 언어>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마태 6,7-15)  


  어느 유치원에 일본 유아원생들이 방문하였답니다. 같이 온 엄마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서먹서먹해서 의례적인 인사말만 주고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시설 견학을 시켜주고, 여러 가지 자료와 동영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서로 말이 통할 리가 없는데도 몇 개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손짓발짓해가면서 까르르하고 웃으며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들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할 말도 없고 몸을 비비 꼬면서 지루해 하다가 식사시간이 되자 무슨 천사라도 만난 양 기뻐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아이들은 배고픔도 잊은 채 더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무슨 큰 이별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 눈에 눈물을 구렁이기도 하고, 손을 맞잡고 포옹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였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하여 서로 정보를 나누며 의사를 소통하고 이해와 협력을 증진합니다. 그런데 이 언어는 서로 통하지 않게 되면 그야말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같은 나라 말을 사용하여도 그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혼란과 분란만 생겨납니다. 또 서로의 개념이 다르면 그것을 이해시키기위해서는 구차하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놔야 합니다.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창세 11,9)


  인간의 마음은 처음에 한 목표를 세우고 힘을 모아 나섰다가도, 조만간 각자 제 목소리만을 내세워 외치게 됩니다. 그 뜻이 인간 자신을 내세우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각 사람의 언어를 외치게 됩니다. 그리고는 조만간 서로 반목하고 분열되고 맙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벌을 내리신 것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이것은 결과를 가지고 이유를 설명하는 히브리인들의 언어 습관에서 나온 것일 뿐입니다.


  그때와는 반대로 이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언어, 통일된 언어를 가르쳐 주십니다. 비록 말이 다르더라도 서로 알아들을 수 있고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입니다. 바로 “아빠”입니다. 우연인지 아람어와 우리말은 그 음가마저 거의 같습니다. 이 “아빠”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는 언어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어린아이의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배우는 단어입니다.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저들이 하느님의 위업을 말하는 것을 저마다 자기 언어로 듣고 있지 않는가?” (사도 2,1-13)  


  성령을 받은 사람은 이제 자신만의 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 아니 다른 사람의 언어를 말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게 됩니다. 나만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누구나 알아듣게끔 인간의 언어로, 어린아이의 언어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언어는 또 실제 사건을 일으키는 언어입니다. 공허하게 메아리치는 언어가 아니라 치유의 사건, 용서의 사건, 사랑의 사건이 실제 일어나는 언어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언어는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모두 실행되었습니다.  


 이제 그분께서 분열되고 혼란에 빠진 ‘빈말’ 대신 ‘힘 있고 살리는 말’을 가르쳐 주십니다. “아빠”로부터 시작되는 말입니다. “용서”라는 말로 완성됩니다. 그 안에 하느님나라가 모두 온전히 담겨 있는 말입니다. 바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입니다.

  

  우리도 이제 그분을 따라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외친다면 무엇이든지 다 이루어지는 능력의 말입니다.


 


07. 마법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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