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의 전화.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6 조회수512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랑의 전화>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 13,31-35)

 

 

  저와 함께 성서 못자리 봉사를 하시고 계시는 교우 분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그분은 대학생시절 주일학교 교사로 만난 부인과 첫 사랑이 이루어져 결혼한 뒤 지금까지 정말 교회에 열심히 봉사하며 사시고 계십니다. 언제나 미사에 맨 앞자리에 두 분이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성당의 중심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가톨릭교회에 입문하게 만들고 대자로 삼은 분만 쉰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분은 정말로 바쁘신데, 꾸르실료 회장, 레지오 마리애, 前 ME 대표부부, 전례부 해설단, 성찬봉사에 성서 못자리 봉사까지 그야말로 하루도 빼지 않고 성당에 출근 하십니다. 그러나 이분은 정말 겸손하십니다. 자신이 하는 봉사가 당연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매일미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대기업 이사까지 지내신 분입니다. 이분의 평소 지론은 일이 바쁜 사람에게 일을 더 맡긴다는 것입니다. 일이 없어 노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새로운 임무를 맡기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사람은 바쁠수록 시간을 쪼개서 쓸 줄 알게 되고 집중을 잘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바쁜 중에도 짬이 나면 꼭 집사람을 데리고 외식을 하거나, 음악회에 가거나 짧은 여행을 함께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에너지가 모두 부부 간의 사랑에서 나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랍니다. 가정이 평화롭고 사랑이 넘칠 때 밖에 나가 힘내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요즘에야 그런 풍토가 싹트고 있지만, 그때야 어디 그렇게 앞선 생각을 누가 했었나요?

 

  그리고 이분의 체험 중에 아주 특별한 것이 있는데, 평소 자주 성체조배를 한다고 하십니다. 성체조배 중에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듯이 기도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성체 앞에서 묵상 중에 갑자기 어떤 교우나 사람들이 떠오르는데, 꼭 무엇인가 말을 걸어오더랍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떠오르니 그를 위해 기도를 바치라는 요청으로 알아듣고,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나면 몇 칠 후에 꼭 만나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냉담했다던가, 갖은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잘 지내느냐고 지나가듯이 묻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아주 반가워하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고 합니다.

  그 후로 자신은 더 자주 성체조배하게 되고 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고 합니다. 그 대상이 집사람이 될 때도 있고, 대자 대부, 어느 때는 이름도 잘 모르는 교우가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특히 요즈음은 성서 봉사할 때 그날 나눔을 할 주제가 선명히 떠오른다고 합니다.

 

  자신이 젊어서 회사 일로 바빴을 때 성당 일에 얼마 동안 소홀히 하게 되면 이상하게 집사람이 큰 병에 걸렸는데 그때 마다 돌이켜 보면 자신이 성당 활동에 소극적이고 그저 마지못해 주일 미사만 보았을 때라고 합니다. 그때 성체 앞에 꿇어 앉아 앞으로 열심히 하느님의 일을 할 테니 이번만큼만 집사람을 살려 주십시오 하고 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기도 뒤에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복되었는데, 그래도 몇 번인가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뒤부터는 정말 자신의 약속대로 주님의 일을 마다 않고 했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 받는 것이 바로 우리 가톨릭의 ‘성인 통공 교리’입니다. 그 기도의 효력은 비단 상대방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당사자도 주님의 은총을 넘치게 받게 됩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루카 10,5-6)

 

  제가 이 말씀을 듣기 전에, 어떤 책에 올라 있는 다른 교우분의 묵상 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쓰여 있는 것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 사연을 말씀드렸더니 서로 크게 공감하고 같이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분도 성체조배 중에 자꾸 교우들이 떠오르기에 하루는 하도 이상해서 성체조배 중에 주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게 바로 ‘사랑의 전화’라는 응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사랑의 전화는 가족 간의 갈등에서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 또 자기가 속한 공동체 모두에게 해당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나누며 무릎을 쳤습니다. 맞아 그런 체험을 한 분이 또 있었군요. “사랑의 전화”라 아주 꼭 들어맞는 이름입니다. 앞으로 우리도 그렇게 부르죠 하고 맞장구 쳤습니다.

 

  저도 그 사랑의 전화의 대상이 몇 번인가 되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때 그분의 전화를 받았는데 나중에야 그 자초지종을 알고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전혀 내색하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전화건 것처럼 말했지만 이상하게 제 고민이 술술 나오더군요. 제 아들 녀석들 대학 수능시험 때는 아예 내놓고 기도를 부탁했죠.

 

  저는 이분을 저의 신앙의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 형제님 덕분으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 기도를 나눈다는 것이 제 신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또 그 사랑의 전화를 본받으려고 열심히 묵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교우 여러분들께서도 이 사랑의 전화를 직접 가동해 보시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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