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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의 불" --- 2007.8.19 연중 제20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9 조회수502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7.8.19 연중 제20주일                                        
예레38,4-6.8-10 히브12,1-4 루카12,49-53

                                                                
 
 
"말씀의 불"
 


연중 제20주일,
여기 수도자들 역시 오늘도 ‘하느님 찬미’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주여, 주님은 드높은 창공에서 찬미 받으소서.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인간은 유한하고 하느님은 영원하십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하느님을 체험하여 아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 삶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라는 시편의 고백처럼,
유한한 존재에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을 만족시켜 행복하게 하실 분은
하느님뿐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영원 충만한 우리의 삶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체험하여 알 수 있는 가장 좋고도 안전 확실한 방법은
성경 말씀을 통해서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질 수 없습니다.”(히브4,12-13ㄱ).

우리 ‘존재의 거울’과도 같은 하느님이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습니다.
살아있는 불과도 같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주님의 이 불이 지칭하는바 ‘말씀의 불’입니다.
 
말씀을 통해
믿음의 불이, 희망의 불이, 사랑의 불이 활활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입니다.
 
거의 2000년이 지난 오늘 주님 오셔도
똑같이 이런 안타까움을 토로하실 것입니다.

‘말씀의 불’이 꺼져 냉담이요
몸도 마음도 어둡고 차가우며,
거칠고 굳어져 있습니다.
생각도 부정적이고 비관적입니다.
 
아무리 웰빙을 위한 처방 많이 해도
마음 안에 ‘말씀의 불’ 꺼져 있으면 다 헛수고입니다.
 
마음의 쓰레기를 태워 정화하는 ‘말씀의 불’이요,
‘말씀의 불’ 용광로 속에서 단련되어 치유 변형되는 영혼입니다.

그러나 ‘말씀의 불’, 결코 편하지는 않습니다.
 
나태의 잠에서 일어나 깨어 살도록 부단히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나를 태우기도 하고 깎아내기도 하는 말씀이기에
불편은 물론 아프기도 합니다.

문득 제가 즐겨 드는, 삶은 조각 과정 같다는 비유가 생각납니다.
 
여기 성모자상을 보십시오.
원래는 오동나무 통나무였습니다.
 
조각가에게는 통나무 오동나무 속에 성모자상이 들어있었고
그 성모자상에 따라 필요 없는 부분을 다 깎아 내
비로소 완성된 성모자상입니다.
 
말씀 때문에 겪는 일상의 모든 고통들
내 인생의 조각가 이신 주님께서 불필요한 이기적 나를 깎아내시기에
겪는 상처의 아픔이라는 것입니다.
 
삶의 조각의 고통과 더불어 커가는 기쁨입니다.
 
부단히 깎아지고 다듬어져 가면서
그리스도를 닮은 참 나의 상이 조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여 믿는 이들의 고통은 곧장 기쁨이 되어 버립니다.

‘말씀의 불’ 때문에 예수님은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 예언자들이 고통을 받았는지요.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까?”

말씀의 불의 계시를 통해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예감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의 극심한 고독과 외로움이 마음에 와 닿는 듯합니다.
 
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 고독하고 외롭기가 주님의 처지와 흡사합니다.
 
하느님께 순종하여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며 진리의 말씀을 외치다가
저수 동굴에 갇혀 있다가 구사일생 살아난 예레미야 예언자입니다.

말씀의 불빛 앞에 모든 분열의 실상이 드러납니다.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천사와 악마 모두가 있는 그대로 드러납니다.
 
결코 주님은 거짓 평화를 주러 오신 분이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해관계에 따른 이기적 욕망에 따른 파당적 분열이 아니라,
참 평화를 위한 창조적 잠정적 분열입니다.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분열이요 싸움입니다.
 
이런 분열의 과정에 절대로 낙심하지 마십시오.
말 그대로 과정일 뿐입니다.
 
하느님 앞에서의 싸움이기에 승리가 약속된 싸움입니다.
 
진실과 선, 빛과 생명의 승리입니다.
 
이미 생명으로 부활하여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이 현세에서의 영적 전쟁입니다.

그러니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만을 바라보며 온갖 불필요한 짐과 죄를 훌훌 벗어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고통도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마침내 하느님의 어좌 오른 쪽에 앉으셨습니다.
 
우리 또한 이런 주님께 가까이 이르면서
내외적 분열은 극복되어
진실과 선, 빛과 생명으로 충만한 참 평화의 현실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시간
그분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주님은 참 평화의 선물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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