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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는 악한 생각 -판관기17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02 조회수529 추천수5 반대(0) 신고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는 악한 생각 -판관기17

 <생명의 말씀>
 에훗이 죽은 다음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였다. 그래서 야훼께서는 하솔을 다스리는 가나안 왕 야빈의 손에 그들을 넘겨 주셨다. 그의 군대 지휘관은 하로셋하고임에 사는 시스라라는 자였다. 야빈은 철병거를 구백 대나 가지고 있으면서 이스라엘을 이십 년 동안 심하게 억압했다.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께 울부짖었다.(판관기 4:1-3)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판관기는 계속 같은 내용의 반복입니다. 사람 이름과 시대가 조금씩 바뀔 뿐입니다. 주변 민족들에게 눌려서 힘들면 하느님께 순종했다가 살만 해지면 다시 악의 길로 빠져 드는 삶의 모습을 계속 계속 보여줍니다. 우리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나안 정복 전쟁 당시를 다루었던 여호수아서 17장 이후에 오래간 만에 '철병거' 이야기가 또 나옵니다. 판관기 시대를 사는 백성들의 조상- 아버지나 할아버지뻘들의 사람들은 정복 불가능한 성벽을 무너뜨려 주시고 그 안의 모든 땅들을 정복시켜 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나안 땅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래도 가나안에 사는 다른 민족들을 다 쫓아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남은 지역에 대한 정복을 끝까지 이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정도 만족에 이르자 정복 전쟁을 중단해 버립니다. 자기들보다 약해 보이는 주변 민족들은 내쫓기보다는 노예로 삼아서 허드렛일을 시키며 부려 먹고, 자기들보다 강해보이는 민족들은 그들에게 철병거가 있다는 핑계를 대며 싸움을 피해 버립니다.

먹고 살만해지니까 하느님의 본래 명령을 망각하고 편안하게 살 궁리만 한 것이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그 때 남겨 두었던 주변 민족들이 이스라엘의 옆구리를 계속 치고 있는 것입니다. 남겨진 주변 민족들이 이스라엘 안에 들어와 살면서 온갖 음란과 폭력의 문화를 퍼뜨리게 되었고, 그 결과 이스라엘 후손들이 반복해서 정도(正道)를 벗어나서 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난공불락의 성벽을 수없이 무너뜨려본 사람들이 정말 철병거가 두려워서 싸움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미 차지한 땅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선조들이 남겨 놓은 불순종과 핑계의 씨앗이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졌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나태한 정신 상태가 일부러 가르치지도 않았을텐데 그대로 답습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되, 적당히 자기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만 따르는 것.. 하느님의 첫 부르심과 첫 명령을 늘 기억하고 있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에만 집중할 때 빠질 수밖에 없는 유혹의 늪입니다.

이 문제는 공동체와 개인에게 모두 동시에 적용됩니다. 내가 지금 속해 있는 공동체가 어떤 소명(召命)을 바탕으로 창립되고 발전해 왔는가에 대한 물음을 그칠 때 그 공동체로 나를 부르신 하느님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명확히 깨닫지 못할 때, 나는 하느님께 적당히 핑계를 대며 세상이 좋다고 하며 강요하는 가치에 기반한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그러한 태도는 우리의 후배와 자손들이 우리가 가르치지 않아도 그대로 배울 것입니다. 하느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자기 만족과 자기 안락함을 최고 가치로 여기며 사는 삶을 살 것입니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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