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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6) 생일 축하합니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5 조회수52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3년12월15일 대림 제3주간 월요일  ㅡ민수기24,2-7.15-17;마태오21,23-27ㅡ

 

      (6) 생일 축하합니다.

                             이순의

 

 

  ㅡ시루떡ㅡ

 찹쌀은 오래 동안 담가야 찰기가 있고 떡이 맛이 있다. 그제 저녁에 밥상을 물리고 소두 세 되 정도 되는 찹쌀을 준비했다. 쌀에서 나는 묵은 냄새가 나지 않을 때 까지 빡빡 문질러 씻었다. 깨끗해서 맑은 물 향기 풀풀 나는 찹쌀 담긴 대야에 흥건히 물을 담아 고이 모셔 두었다. 그리고 잤다.


어제!

자리에서 일어나자 찹쌀 대야의 곁으로 먼저 갔다. 밤 내내 시린 냉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찹쌀을 한손으로 갈아엎었다. 이부자리에 달궈졌던 손목이 찬물에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물을 부어가며 두어 번 헹굼 질을 계속 했다. 고루고루 잘 불려 지기를 바라면서!


오랜 경험으로 가늠되는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을 양만큼 팥을 준비 했다. 낮이 되어 팥을 씻었다. 냄비에 눈대중이 정확한 물을 부었다. 가스 불을 켜고 팥 냄비를 올려놓았다. 팥 끓는 소리가 짜락짜락 들린다. 팥알이 단단 할 때 뜨거움을 피해 몸살 하느라고 나는 소리다. 아직 멀었다. 코끝에 비린 냄새가 전해지기 시작한다. 짜락짜락 소리가 둔탁해지고 뽀골뽀골 물 끓는 소리가 더 크다. 조금만 있다가 가 봐야겠다.


비린 냄새가 구수함이 짙어져 방안으로 들어온다. 빨리 와서 보라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도 알맹이가 또실또실 하고 국물도 자작하게 남아있다. 주걱으로 확 뒤집어 놓고 뚜껑을 닫았다. 이제부터는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컴퓨터 아래쪽의 시간을 보며 3분 간격, 2분 간격, 1분 간격으로 긴장할 시간이다. 팥 익는 냄새가 이제야 구수하다. 컴퓨터를 껐다.


가스불의 세기를 완전하게 낮춘다. 국물이 없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삼 층 팥이 되거나 눋거나 타지 않아야 한다. 가스레인지 옆에 서서 기다린다. 경험으로 익혀진 반사적인 시간에 딱 한번 뚜껑을 연다. 물먹은 팥은 그 양이 너무나 많다. 팔뚝에 힘을 실어 뒤집는다. 손이 뜨겁다. 뚜껑을 닫고 기다린다. 몸이 기억하는 시간에 가스 불을 껐다. 그제 밤에 담군 찹쌀을 다시 헹군다.


바구니 밑에 빈 대야를 놓고 조리질이 시작된다. 자알 불은 찹쌀은 희고 선명하다는 말조차 위반이다. 물이 빠지라고 조금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당쇠의 팔뚝 보다 조금 덜 굵은 메공이를 들고 삶아 놓은 팥을 찧었다. 가루를 만들면 실패다. 탱글탱글 물먹은 부드러운 팥의 옆구리가 터질 정도만 절구질을 한다. 알도 숭글숭글하고 가루도 적당히 있어야 한다. 고물이 적당하게 곱다. 건져 놓은 찹쌀 바구니를 보자기에 쌌다. 아직 덜 빠진 물이 간혹 똑똑 떨어진다. 낑낑거리며 들고 방앗간에 간다. 알알이 돌아서 백설이 되어 나온다. 방앗간 아저씨가 손가락 끝에 하얀 눈을 묻혀 맛을 보신다.

"맛있다." 라고 한마디 하신다.


가루는 물이 나지 않는다. 머리에 이고 돌아오니 가볍다. 큰 솥에 물을 붓고 가스 불에 올렸다. 서랍 속에서 거뭇거뭇 팥물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낡은 삼배 천을 꺼냈다. 신문을 깔고 시루를 놓았다. 경건한 숙제가 시작된다. 삼배 천을 냉수에 헹구어 꼭 짰다. 탈탈 털어서 시루 밑에 깔았다. 고물을 펴고 가루를 펴고 고물을 펴고 가루를 펴고....... 고물로 덮었다. 흰 가루를 아주 조금 남겼다.


시루를 끓는 솥 위에 올리고 뚜껑은 덮지 않았다. 시룻번을 붙이기 전에 뚜껑을 덮으면 뜨거운 김이 위로 오르지 않고 옆으로 새어나와 시룻번이 잘 붙지도 않고 화상을 입는다. 급하게 남은 가루를 반죽해서 지렁이처럼 만든다. 솥을 돌려가며 솥과 시루 사이를 붙여준다. 그 사이 위로 뜨거운 김이 올라와 안개를 이룬다. 뚜껑을 덮는다. 이미 학습된 기억이 흐른 시간에 가스불의 세기를 줄인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밑에 상을 가져다 놓고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가스 불을 완전히 소화했다. 시루떡이 다 익었다. 찹쌀을 찬물에 담군지 24시간이 지났다. 시룻번에 칼집을 내고 시루를 뜯는다. 무거운 시루와 펄펄 끓는 물이 담긴 솥의 분리는 경험보다 더 위험하다. 미리 펴놓은 상위에 시루를 놓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주님! 자식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정성을 드려 떡을 했으니 주님께서 먼저 맛보시고 축하해 주십시오.

 주님 맘대로 제게 저 아이를 주셨으니 저 아이 또한 주님 맘대로 인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ㅡ아멘ㅡ"

 

오늘은 아들의 생일!

화려한 생크림 케이크는 없지만 이웃과 함께 내 손으로 빚은 떡을 나누어 먹는다. 주님 감사합니다. 말썽쟁이 말썽뭉치 아들을 주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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