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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7) 그 형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6 조회수417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3년12월16일 대림 제3주간 화요일  ㅡ스바니아3,1-2.9-13;마태오21,28-32ㅡ

 

     그 형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이순의

                             

 ㅡ믿음ㅡ

어떤 형이 있었다. 조상 대대로 가난하고 무지 하였다. 마을을 떠나보지 않은 형은 마을 밖의 세상에 대하여 생각하거나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럭저럭 입에 풀칠이나 하고 일이나 하면서도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꼴을 베야 하거나 집안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초등학교에 등교를 할 수 없어도 그것이 잘 못 된 일인지 인식하지 못 했다. 한글을 잘 못 읽거나 산수를 잘 못 해도 야단을 맞거나 꾸지람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중학교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손을 들으라고 하셨다. 6학년이 되면 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할 사람은 따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을 아이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웃 마을 아이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역정은 할아버지께서 내셨다. 그래서 형은 그날 이후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형도 어른이 되어 갔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서 크지도 않은 땅뙈기에 3대가 붙어서 살기에는 늘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 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온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할 식량이 되는 뒤주 속의 보리쌀 세말을 퍼서 밤길을 떠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중에 읍내까지 걸어 나와 새벽과 함께 문을 여는 정미소에서 노자 돈으로 바꿔 서울행 기차를 탄다. 그 날의 기억은 신고 있던 흰 고무신이 달빛을 받아 컴컴한 땅위에서 소름끼치도록 희게 너울거렸다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서울의 용산역에 내려선 형의 눈으로 본 세상은 꿈이었다.

 

그 형이 혼자 된 어머니와 동생들을 서울로 불러들였을 때는 어른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과부가 된 가난한 어머니께 마을사람들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면서다. 일생을 숨 한번 크게 쉬지 못 했을 어머니의 보호자는 이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배움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자기의 노력으로 세상을 따라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 했다. 늦었지만 하느님을 믿는 조건을 내세운 심성 좋은 처자를 만나 장가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


동생들 결혼도 시키고 홀어머니께 정성도 드리면서....... 그러나 자기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의 생각이 기우였을까? 한번 시작된 시련은 끝이 없는 것 같았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형의 고통에 대해 헤아리지 못 하고 엇나가고만 있었다. 형은 지쳐갔다. 빚은 산더미처럼 늘어만 가는데 넉넉하게 살지는 못해도 형보다는 근심 없이 꾸려나가는 동생들은 형에게 더 받지 못해서 형을 거역 했다.


고통과 어려움이 해를 거듭 할수록 부모에 대한 원망은 짙어지고, 동생들에 대한 배신감은 깊어지며, 가난에 몸부림치다가 늙어가야 할 아내와 기저귀 한필을 못 끊어 주어서 친척들이 쓰다가 물려 준 낡은 기저귀로도 잘 커준 자식에 대한 후회뿐이었다. 조상이 물려 준 무지와 가난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형은 쉬고 싶었다. 하느님 잘 믿고 어머니께 잘 하고 동생들과 잘 지내면 모두 서로 위해 주고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더 이상의 어떤 위로가 필요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고해신부님은 그렇게 말씀 하셨다.

"세상의 모든 짐을 나 혼자 지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신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임을 잊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십시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 하십시오."

 

그러나 오늘의 복음은 형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마태오;21,28~31

  ㅡ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먼저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여라.’ 하고 일렀다. 맏아들은 처음에는 싫다고 하였지만 나중에 뉘우치고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가서도 같은 말을 하였다. 둘째 아들은 가겠다는 대답만 하고 가지는 않았다. 이 둘 중에 아버지의 뜻을 받든 아들은 누구이겠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셨다."> ㅡ

 

형은 아직도 더 살아갈 날이 많고 언젠가는 주님께서 복을 주시어 예전처럼 어머니께도 잘하고 동생들에게 또 줄 수 있기를 빌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지금이라는 현재에 형은 침묵하고 있다. 어머니께도 동생들에게도 어느 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태에서는 침묵 보다 더 큰 덕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침묵하지 않으면, 일생동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지 못한 어머니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 하시고, 동생들은 동생들대로 형의 가슴에 장남으로서 어떤 짐을 지고 어떻게 살아 왔는가에 대하여 하나의 가치가 없게 된 것이다. 각자의 삶에 조금 더 보탬이 되어주지 못 하는 것에 대하여 자기 몫을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대꾸한다.


형은 누구에게 의존 하거나 도움을 받아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뼈저리게 잘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살아만 준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지도 오지도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형은 누구인가? 복음서의 작은 아들인가? 잘 하다가 지금은 안하고 있으니 주님을 거역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님의 복음을 대할 때면 어느 것에게도 열려 있지 못 하는 형의 마음은 지금 무겁다 못 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주님을 믿는 형의 마음은 두려움이다. 이 형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세상살이가 그 형 같은 경우가 어찌 한 두 사람이겠는가?! 우리는 기도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 주님만이 구원을 보장하시는 희망이시기 때문이다.

"주님 믿습니다.

이 모든 순간과 미래와 영혼까지도 주님의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모든 이루심이 주님의 뜻으로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저희 죄를 용서 하소서."

                                 ㅡ아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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