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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1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0 조회수693 추천수9 반대(0) 신고
 

1월 11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루카 5장 12-16절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 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 떠나간 뒤 다가오시는 주님>


   혹시 이 세상 살아가면서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어 누군가의 앞에 엎드려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무릎을 꿇고 탄원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좀처럼 드믄 일이겠지요.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를 보십시오. 그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땅에 대고 예수님께 간절히 청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땅에 대는 일, 곰곰이 생각해보면 보통 예사스런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의 병세가 위중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루카 복음사가도 ‘온 몸에 나병이 걸린’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걸 봐서 그의 상태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나병이 온 몸으로 번져 회복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갈 때 까지 간’ 사람이었습니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 서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 자기 힘으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 그래서 그는 그렇게 간절했습니다. 그토록 열렬했습니다.


   ‘이분은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분을 놓치면 이제 여기서 내 삶은 끝장이다’는 절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표현이 ‘얼굴을 땅에 대고’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간절하고 열렬한 청원의 모습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 가장 겸손한 태도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다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토록 절박하고, 이토록 겸손한 나병환자의 청을 어떻게 예수님께서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사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의 모습은 오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한번 잘 살아보자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보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그저 다람쥐  챗바퀴 도는듯한 지루한 일상이 끝도 없이 반복됩니다. 지금은 ‘난다긴다’ 하지만, 지금은 떵떵거리며 살지만, 세월은 어느새 쏜살같이 흐르고 순식간에 죽음의 병고 앞에 서게 됩니다.


   요즘 정권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쓰디쓴 체험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한때 그렇게 위풍당당했었는데, 그토록 목숨 걸고 따라다니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 급격한 쇠락의 길 앞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갑니다. 짙은 고독과 씁쓸함만이 감당해내야 할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보십시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유한합니다. 인간만사의 끝은 결국 허무입니다. 인간의 끝은 절망입니다.


   그러나 그 절망의 끝에서 하느님은 시작하십니다. 인간들이 모두 떠나간 후 하느님은 다가오십니다.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같은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할 분은 하느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나병환자들,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병에 걸림과 동시에 사람들은 죽은 목숨으로 보았습니다. 인간 세상으로부터 쫓겨나 성문 밖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가족들은 물론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희망도 기쁨도 없이 짐승처럼 매일 울부짖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나병환자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오늘 영적 나병에 걸린 우리를 향해서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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